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국정원 규탄' vs '종북세력 척결'
조갑제 "종북숙주 처단··갸냘픈 朴대통령 돕자"
김한길 "막가파식 무리수 밀어붙이기"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선선한 날씨와 푸른 하늘이 도심을 휘감던 지난 토요일. 서울시청 앞에선 청명한 날씨와는 반대로 나라를 걱정하는 두 개의 목소리가 광장을 뒤덮었다. 시청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국정원 해체를, 다른 한 쪽은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의 해체를 외치는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첨예한 정치공방이 담긴 집회임을 증명하듯 참가한 시민에 육박한 경찰이 투입되며 일대는 순식간에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집회에 참가한 한 보수단체 한 회원은 "지금 나라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저쪽에 나라 뒤집으려고 모인 사람들을 봐라. 우리라도 나와서 소리를 지르고 얘기해야지 안 그러면 대한민국은 정말 큰일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통합진보당을 비롯해 민주당을 함께 없애야 한다며 '종북척결'로 포문을 연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의 강도를 더욱 높여갔다. 특히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유명 가수를 반기듯 손을 흔들고 '조갑제'를 연호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 추산 1200명, 주최 측 추산 3000명이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을 등진 시청 앞 광장에서는 '제16회 범국민 촛불대회-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시국회의'가 진행됐다. 288개의 시민단체와 통합진보당, 민주당 회원 및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국정원과 국방부의 선거개입 의혹 진상 규명 및 특검 도입,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이어졌고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탄압으로 규정하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전교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해직자를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명령을 거부키로 결정하면서 14년 만에 법외노조가 될 가능성이 확실시됐다. 집회에 참가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이 보수언론과 국정원을 장악해도 결코 지배당해선 안되는 곳이 교육"이라며 "유신 회귀의 출발점이 전교조 탄압이라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파헤치던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이번에는 특별 수사팀장을 졸지에 찍어내는 막가파식 무리수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집회참가는 경찰 추산 4000명, 주최 측 추산 1만5000명이었다. '세대 대결'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연령도 극명하게 갈렸다. 촛불대회에 참가한 시민은 젊은 층에 속한 반면 보수단체 집회는 대부분이 할아버지로 보이는 시민들로 채워졌다.
한편 이날 두 집회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열리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펼쳐졌다. 보수단체의 스피커가 시청광장 쪽을 향하고 있어 일부 진보단체 회원들이 방향을 돌려줄 것을 경찰에 요청 또는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두 집회 참가자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한 때 도로 간 이동을 막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보수단체 집회가 10여분 정도 늦은 오후9시15분 경 끝났다. 이들은 채동욱 전 검찰청장에 대한 공세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무대에 오른 사회자가 '임 여인'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하고 나서자 광장 쪽 집회를 끝내고 돌아가던 시민들이 야유를 보내면서 잠깐 동안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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