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A은행은 공공기관과 납품계약을 한 B중소기업에 공공구매론(loan)으로 1억원을 대출해줬다가 돌려받지 못할 처지가 됐다. 납품업체가 물건을 넘기면 공공기관에서 A은행의 가상결제계좌로 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공공기관의 담당자가 바뀌면서 실수로 납품대금을 업체가 기존에 거래하던 다른 은행계좌에 입금했기 때문. A은행은 서둘러 공공기관 담당자에게 대출확약서를 제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해당업체가 부도까지 나면서 A은행은 결국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공공구매론' 제도에 일부 운영상의 허점이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잘못 입금된 납품대금을 찾아서 대출해준 은행에 바로 돌려주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업체가 갑자기 부도라도 날 경우 대출금은 영원히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공구매론 대출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며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들이나 영세한 업체들이 납품대금 지급과 대출상환을 하는 과정에서 공공구매론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이 한국기업데이터에 위탁해 운영하는 공공구매론에는 총 6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산업은행이 참여해 중소기업들에게 신용대출을 하고 있다.

공공구매론은 정부와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해 계약이 체결된 중소기업에게 납품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담보 없이 계약금액의 최대 80%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다.


업체가 공공기관과 계약 후 공공구매론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에 신청정보가 전달돼 심사가 진행된다. 업체와 계약을 맺은 공공기관에서 계약정보 및 납품대금을 지급할 결제계좌정보를 확인해주면 해당은행에서 즉시 대출이 실행된다. 계약이 이행되면 공공기관에서 대출은행의 결제계좌로 대금을 지급하게 되고 대출상환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공공구매론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누적대출금액 5885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실적은 2007년 도입 첫해 586억원에서 2010년 819억원, 지난해 1104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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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18개 시중은행 가운데 6개 은행만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대출상품들에 비해 대출상환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금융회사의 사회적책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규모와 상관없이 납품대금을 잘못 지급했을 때 채권양도가 가능하도록 하면 대출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며 "공공구매론 제도를 이용하는 공공기관과 업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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