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8일 "이제 우리는 좀 더 과감하게 통합의 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며 "분열과 대결의 정치에서 과감히 떨쳐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은 이날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나의 이익을 양보하고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주는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나의 것을 버리고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 자기 지지세력을 설득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조연설은 손 상임고문이 지난 8개월간 독일에 체류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을 밝히는 보고대회 성격을 가졌다.


손 상임고문은 "독일에서 첫 번째로 느꼈던 것은 한 사회가 발전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그 사회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가 못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며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룩하고 동시에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도, 자본주의 경제성장에 따른 노동계급의 성장과 빈부격차의 확대에 대응하여 일찌감치 복지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독일 경제의 성공 배경에는 복지정책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국가의 실현은 확고한 역사의식과 실천의지에 달려 있다"며 "인간의 평등한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사회통합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상임고문은 "재정여건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며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할 일로, 결코 이념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은 "노동권은 확실하게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위상도 강화돼야 한다"면서 "우리도 노동조합이 일정하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노동자의 권익도 지키고 기업에도 책임의식을 갖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조합도 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의식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일자리 창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특히 비정규직 해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노동조합의 기득권 세력화 경향에 대해서는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문제와 관련해서도 인간의 존엄성이 구현되는 독일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손 상임고문은 "(독일의)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학교는 놀이터였고, 고학년 학생에게는 토론의 광장이었다"며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는 것은 ‘아동학대행위’일 정도로 자유로운 교육 분위기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당장은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교육을 철저하게 공공재로 보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복지문제와 관련해 손 상임고문은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기술 강국을 만들고 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여 번영을 이룩하는 것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재원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복지와 번영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상임고문의 독일의 통일과 관련해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독은 우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독을 지원했으며 경제적 지원에 상호주의적 조건을 달지 않았다"며 "접근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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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관련해서 손 상임고문은 "1949년 서독 정부 수립 이래 8번의 수상을 거치는 동안 한 번도 단독정부 없이 연립정부로 구성됐다"며 "내각제의 불안정성을 독일은 연정을 통해 극복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제도 덕에 "소수당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그 의견을 정부 내에 수렵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상임고문은 이 같은 독일 정치의 관행 덕분에 독일의 국가 정책은 연속성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한국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 "독일이 내각제의 불안정 요소를 차단하고 정치적 안정을 유지한 데는 어떤 장치가 있었는지, 예를 들어 5% 문턱을 만든다든지, 총리를 불신임하기 위해서는 과반수로 후임 총리후보를 내야 한다든지 하는 조건들도 면밀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상임고문은 "헌법개정 만능주의도 경계해야 한다'며 "우리 헌법도 제대로만 지키면 권력 분산과 견제의 기능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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