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씨도 안먹혔다…"전셋값 더 오른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박미주 기자, 한진주 기자] "(8ㆍ28대책은) 현재 상태로 보면 전셋값 상승은 잡지 못했고, 주택 가격만 올린 셈이 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연속 상승이 60주간 지속된 역대 최장 기록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세 매물 품귀현상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매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8ㆍ28대책으로 주택 매매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자신 있게 내놓은 8ㆍ28대책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난 해결이 쉽지 않고 전셋값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4ㆍ1대책이나 8ㆍ28대책을 통해 내놓은 것들이 전세 대책이 아닌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 정책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4ㆍ1대책과 8ㆍ28대책은 전세난 해결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상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사람들이) 정부가 어떻게 해도 전셋값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전셋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도 "8ㆍ28대책은 매매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전·월세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허 위원은 "4·1대책, 8·28대책 등이 나왔지만 구조적인 문제들이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한 단기적인 전세난 해결은 어렵다"며 "대책만 가지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은 주택에 대한 심리의 문제로 수요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단번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한동안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주택 매매 촉진책과 전·월세 대책을 세 번이나 발표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인식 전환이 먼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한 복안으로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정부 정책으로 단기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변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 상한제(전월세상한제) 등을 근본적 대책으로 꼽았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라며 "행복주택처럼 단기간,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보다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반면 진 연구원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며 궁극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신 다주택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임대사업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연구원은 "다주택자들을 너무 안 좋게만 보고 있어서 문제"라며 "기존 다주택자들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단기적인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국회가 전세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4월과 8월에 내놓은 대책들이 국회 통과가 되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은 전세 상승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국회에 논의 중인 양도세 중과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 의지도 중요하지만 법률을 기반으로 하는 탓에 법률 개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전세 안정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논의하기보다 지금 계류 중인 사항을 선처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한편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는 1년(58주)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첫째 주인 지난 4일 서울의 주간 전셋값은 전 주보다 0.23% 올라 전국 상승폭(0.12%)의 두 배에 달했다. 수도권의 경우 2009년 1월30일~2010년 3월19일 60주 연속 오른 것이 가장 긴 기록이다. 이 시기에는 집값 하락과 강남권 재건축ㆍ서울 뉴타운 사업 여파로 이주 수요가 겹쳐 전세난이 가중됐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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