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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쌍용차, 새 이름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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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이름은 단 하나의 의미, 또 단 하나의 존재로 만드는 힘이 있다. 의미와 존재를 품은 이름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하나로 묶는 힘을 발휘한다.
이름은 그래서 중요하다. 개개인의 이름은 물론 회사의 이름(사명) 역시 마찬가지다. 의미를 잃었거나 존재가치가 떨어진 회사의 이름은 불려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의 큰 변화가 있거나 사명을 바꿔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면 구성원들의 동의에 따라 또는 최대주주의 의지에 따라 사명을 변경한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가 쌍용차 사명변경을 거론했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쌍용차 사명 변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설립 이후 60여년동안 너무나 다사다난했다는 게 그 이유다. 사명도 여러 차례 변경됐고, 주인(최대 주주) 또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모태는 1954년 1월 설립된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다. 이 회사는 1977년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했다. 10년 뒤인 1986년 동아자동차는 쌍용그룹으로 인수됐다. 동아자동차는 쌍용자동차로 이름이 바뀌었다.

쌍용차의 우여곡절은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1998년 1월 쌍용차의 경영권이 대우그룹으로 넘어갔다. 대우그룹 역시 외환위기(IMF)의 험난한 파도를 넘지 못하고 공중분해됐다. 이 때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쌍용차가 1999년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후 2000년 대우그룹과 계열 분리됐지만 GM과 연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쌍용차의 시련은 더욱 깊어진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기술유출 등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충격을 주고 떠난 것. 이 과정에서 쌍용차 평택공장은 직장폐쇄 등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파란만장한 쌍용차를 인수한 것은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다.

이 대표의 말처럼 쌍용차 경영권은 한국, 미국, 중국, 인도 등 4개국으로 옮겨 다니는 아픔을 겪었다. 청산절차를 밟지 않고 회사가 존속하는 것을 보면 쌍용차도 참 대단한 회사다.

쌍용차가 국민들로부터 쌍용차로 불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25년이란 세월동안 참 많이 불렸고, 사랑도 받았다.

하지만 국민들과 쌍용차 고객들에게 인식된 쌍용차의 이미지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그다지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이 대표가 사견임을 전제로 사명변경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이젠 사견이 아닌 공론화가 필요한 시기다. 쌍용차 경영진과 마힌드라그룹, 노조가 한자리에 모여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 시초는 사명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개명작업을 한시라도 빨리 해야 한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인지, 잊혀지지 않는 눈짓이 될 것인지'는 쌍용차 구성원들의 몫이다.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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