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우리는 조직이나 상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돈이 필요할 때 빌려주기 위해 일하고 존재할 뿐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시청률 30%를 넘기며 화제가 되고 있는 일요드라마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에 나오는 대사다. 은행 영업부 차장으로 일하는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행원의 마음가짐에 대해 상급자에게 일침을 놓으면서 한 말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불현듯 우리나라 은행원들이 일하면서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몇 명에게 물었다. 근사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일할 뿐"이라는 얘기만 들었다. 아마도 이게 현실적인 표현일 것이다.
최근 은행과 은행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신뢰마저 추락하는 분위기다. 요즘 은행원들의 마음가짐이 어떨지 관심이 더 가는 이유다.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고 순이자마진(NIM)도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인한 저성장 저금리와 부실대출과 리스크 관리 부족 등의 결과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도 그동안 은행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에 대한 고임금 구조 등 방만한 경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논란꺼리가 됐다. 특히 지난 6월에는 금융사기단이 벌인 100억대 위조수표에 시중은행의 한 직원이 연루돼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무엇이 문제일까.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오와다 상무가 있다. 조직 내에서 큰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원이다. 한자와 나오키는 이러한 오와다 상무에게 "당신이 목표로 하는 은행은 어떤 모습입니까"라고 질문한다. "이 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세계 제일의 글로벌 은행을 만들고 싶다." 그에게 돌아온 답이다.
국내의 많은 은행원들의 목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은행, 글로벌 경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계적인 은행의 일원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해외에 법인과 지점을 개설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은 외형적인 큰 성장을 거뒀다. 여러 시중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와 범위의 경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고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세계 무대에서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지금 은행권의 모습은 암울하다. 은행원들이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물론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가져온 것이 은행만의 잘못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환경과 관치금융 등 외부요인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 내부의 문제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은행원은 "거대 은행으로 빨리 성장하기 위한 조급함에 조직의 성장에만 치우쳐 은행원들이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채 무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드라마에서 오와다 상무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모든 행동을 은행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많다. 요즘 우리나라 은행권에도 오와다 상무 같은 마음가짐을 가진 뱅커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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