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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바람이 분다'..한국엔 좀 불편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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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미카제 전투기 설계사 주인공으로 다뤄..하야오 감독 "일본, 역사 감각 잃어버렸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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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도쿄(일본)=조민서 기자]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바람이 분다'는 감독의 오랜 꿈인 '비행'에 대한 로망을 한가득 담은 영화다. '비행'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다. '천공의 성 라퓨타'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배달부 키키' 등에도 푸른 하늘과 비행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항공기 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으며, 본인의 꿈도 비행기 조종사였다.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 역시 비행기 설계사다. 원래 꿈은 조종사였으나 심한 난시로 설계사로 진로를 바꾼다. 실존했던 비행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뼈대로 해서 로맨스 부분만 소설가 호리 타츠오의 작품을 각색해서 넣었다. 제목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중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대목에서 따왔다. 1920~1960년대까지 온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관동대지진과 경제공황, 전쟁 등을 겪으면서도 살아내야 했던 당시 청춘들의 모습을 영화는 아련하고 아득하게 그려낸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비행기는 아름다운 꿈"이라고 말하지만, 작품 속에서 비행기가 잘못된 시대와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파국과 파멸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자살 특공대) 작전의 전투기를 설계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개봉도 하기 전에 논란이 된 것 역시 이 부분이다. 영화 속에서 일장기가 새겨진 전투기는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닌다. "파시스트가 되느니 차라리 돼지가 되는 게 낫다"고 말했던 전작 '붉은 돼지'의 주인공과 달리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은 열심히 비행기를 만들 뿐이다.

지난 달 26일 도쿄도 지브리스튜디오에서 열린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간담회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영화를 보고 일부 한국 취재진들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이 생겨났고, 동시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진의을 궁금해했다. 이 자리에서 주로 현 일본 정부의 태도와 과거사를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영화와 관련해서도 주인공의 전쟁에 대한 입장과 논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들이 나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답했다. "무조건 그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그림자를 업고 갈 순 없다. 그러나 그 순간순간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을 기초로 만들었고, 그 인물이 만든 비행기가 태평양 전쟁에 쓰였다. 그런데 '열심히 살아왔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서로 싸우면 안 된다. 급변하는 시기에 별거 아닌 것(아베 정권의 행동과 정책)을 가지고 문제를 삼으면 안 된다."
영화 '바람이 분다' 스틸컷

영화 '바람이 분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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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이 같은 답은 또 다른 질문을 불렀다. 예상했지만 계속되는 민감한 질문에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는 앉았던 자리에 일어나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1989년에 버블이 붕괴되고, 같은 시기 소련도 붕괴됐다. 그 시기에 일본인은 역사 감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망언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위안부 문제도 예전에 반성을 했어야 한다. 다시 위안부 문제가 오르내리는 건 굴욕적이다. 과거 일본 군부가 자국민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렇게 역사 이야기를 해 왔어야 하는데 그간 일본은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등 경제 이야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결국 다 잃어버린 것 같다."

신작 '바람이 분다'에서 주인공이 만든 전투기는 폐허가 된 마을 위를 날아다닌다. 전투기에 붙여져 있던 일장기는 모두 초라하게 추락한다. '비행기는 아름답지만 살상의 무기도 될 수 있다'고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충고한다. 무엇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답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수많은 비행기가 날아갔지만 한대도 돌아오지 않았다."



도쿄(일본)=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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