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친구 맺는 법, 나는 12살에 이미 다 배웠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사람사이 '관계'란 무엇일까? 우리들이 서로 주고받는 행위와 말은 간단치 않다. 우연하지 않고 단순하지 않다. 이유가 있고 복잡하다. 각자의 인생은 하나뿐이지만, 철저히 혼자만의 인생을 사는 이는 아무도 없다. 둘 이상이 모여 관계를 맺을 때, 인생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르와 그가 떠난 순례의 해'에서 주인공은 4명의 친구들과 함께한 고교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때로 기억한다. 이 다섯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히 끌렸고, 자유로웠으며, '영혼의 교감' 같은 무언가 통하는 게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영원한 것이 없듯 관계는 결국 깨지고 만다. 스쿠르에겐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아픈 경험이었다. 가장 완벽한 친구들이 이유 없이 자신을 밀쳐냈기 때문이다. 그 상실감은 성인이 되는 시간까지 사람을 진심으로 만날 수 없게 하는 상처가 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죽을 때까지 '관계'를 의식하고, 관계 속에서 행복과 불행을 느끼며 살아간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 때 서로가 갖는 감정과 의식은 더 크고 복잡다단하다. 관계는 결국 이해를 필요로 한다.
아이들은 어떨까? 신간 동화 '5학년 5반 아이들'은 초등학교 5학년생의 눈높이에 맞춰진 '관계' 맺음과 깊어짐의 이야기다. 동화 속 일곱명의 주인공들은 각자가 남들에게 놀림감이 될까봐 두려운 약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각각의 개성과 장점이 있다. 공부를 못해 놀림을 받지만 요리를 잘하는 아이, 문제아로 찍혔지만 가끔은 의리 있고 싸움 잘하는 아이처럼.
동화는 일곱 아이들이 함께 겪어나가는 사건들과 내면의 풍경들을 그린다. 주인공들은 처음엔 상대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친구 하기 싫은' 존재로 느꼈지만, 각자의 약점을 감싸주고 서로를 의지해 가면서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는 경험을 쌓게 된다. 동화의 일화를 소개하면 이렇다. 아빠 회사가 부도가 나 고층 아파트에서 달동네로 이사를 가게 된 준석이는 옆집에 사는 뚱뚱한 장미가 같은 반으로 전학 온 걸 알고 피하려 하지만, 결국 장미가 말한 '경쟁력 있는' 매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슈퍼뚱보'라고 불러도 좋아"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미는 남을 웃게 할 줄 아는 아이인데다 노래도 잘해 인기가 좋다. 장미는 어른스럽지만 힘이 빠져 보이는 준석에게 다가가고, 격려한다.
이 동화는 꽤 교훈적이다. 읽고 나면 마음도 따뜻해진다. 잊고 있던 어릴 적 순수했던 동심의 기억도 떠오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어른보다 나은 '솔직함'이 분명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성장하고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예의를 배우고 관계에서 형식을 갖추도록 학습 받지만, 그 학습은 조건이나 지위를 따지는 습관을 만들어 깊이 있는 관계 형성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5학년 5반 아이들', 윤숙희 지음, 푸른 책들, 1만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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