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의 'NLL대화록' 해명... 독인가 약인가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가정보원이 꺼진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일까. 국정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놓고 국정원 안팎의 반응이다. 국정원은 10일 A4용지 3쪽짜리 보도자료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은 ‘대변인 성명’이라는 이름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개혁 방안 마련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의 불가피성을 지도까지 곁들여 설명한 점이다.
11일 정부관계자는 "국조분위기에 정치권에서도 시끄러운 가운데 굳이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논란을 더 일으키는 모양새"라면서 "여권 일부에서도 여야가 ‘회의록 열람’에 합의해 사실상 ‘출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쓸데없이 논란을 재촉발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게 된 이유를 서해지도까지 삽화로 곁들여 "일부에서 주장하는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첨부한 서해 지도에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주장한 NLL과 북한이 주장해온 NLL 남쪽의 해상군사경계선 사이를 공동어로구역으로 표시하고, 이 지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면 우리 군함만 덕적도 북방선까지 일방적으로 철수하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정원은 또 "육지에서 현재의 휴전선에 배치된 우리 군대를 수원-양양선 이남으로 철수시키고 휴전선과 수원-양양선 사이를 남북공동관리지역으로 만든다면 '휴전선 포기'가 분명한 것과 같다"고까지 설명했다.
서해 NLL 문제를 휴전선과 비교하면서 정상회담 당시 서해 공동어로구역과 관련,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그러면서 NLL 남쪽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고, 이 지역에서 남북이 군대를 철수하면 해당 수역내 북한의 잠수함 활동에 대한 탐지가 불가능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수도권 서해 연안 지역이 적 해상 침투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심각한 안보 위협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생명선과 같은 NLL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그 내용이 왜곡됐다는 등 논란이 증폭돼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국가안보 수호의지에서 공공기록물인 회의록(대화록)을 적법 절차에 따라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이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관련 자료 열람을 통해 NLL 논란의 출구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NLL 문제에 대한 해석까지 내놓은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발이 거센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허위 사실", "진실 호도·왜곡"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이 주장한 공동어로구역 수역은 김정일 위원장이 언급했던 것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이에 합의한 바 없다. 정상회담 후 2007년 12월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우리 측은 등면적 공동어로구역 지도를 제시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남재준 원장과 국정원 대변인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개혁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정치 개입으로 논란이 돼 온 국내정치 파트 기능 축소도 시사했다.
국정원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새 정부에서 남재준 국정원장 취임 후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부 부서 통·폐합과 조직개편, 인사제도와 업무규정 정비, 인적 쇄신 등 강력한 자체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그럼에도 지난 대선 때의 댓글 의혹 등 논쟁이 지속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고 새로운 국정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체 TF를 만들어 개혁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남북대치 상황하에서 방첩활동과 대테러 활동, 산업 스파이 색출 등 본연의 업무는 강화하고, 정치 개입 등의 문제소지는 없도록 할 것이며, 과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적극 바로 잡아 새로운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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