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YW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최근 종영됐거나 방영중인 드라마의 간접광고를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2개 드라마에 총 110개의 제작지원이 붙고 있었다. 이 중 1개 드라마 당 10개 정도의 제작지원 업체와 제작ㆍ장소ㆍ물품 협조 및 협찬 등 수십 곳의 간접광고가 포함돼 있다.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는 민채원(유진 분)이 회사에서 컵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에피소드로 삽입했는데 조리과정과 소스, 토핑 등을 자세히 소개해 제작업체인 오뚜기의 '컵누들' 광고수단으로 활용했다.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준호(조정석 분)가 순신(아이유 분)을 불러 갑자기 등산을 가는 장면을 집어넣거나 유신(유인나 분)이 식구들에게 봄옷을 선물한다며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게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아웃도어 업체인 '네파'의 제품이나 브랜드명이 수시로 노출되게 했다.
이 같은 과도한 간접광고로 드라마의 상업화와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간접광고와 관련한 제반 규정은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는 "간접광고의 상품 노출시간이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 표시의 크기는 전체화면 크기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심의 규정과 기준이 미비해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TV드라마는 방송사 자체제작보다 대부분 외주제작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제작비의 일부만 방송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그외에는 광고를 통해 제작비를 충당해야하는 여건도 간접광고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