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관치금융'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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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근 금융권 상황을 한마디로 집약한 단어는 바로 '관치(官治)'다. 잇단 인사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하자 곧바로 '관치의 부활'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논란은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 금융사 BS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에 이르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관치'의 어감이 다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미 익숙한 용어다. 포털사이트에 '금융 관치'라는 키워드를 입력해보면 금융권 인사 뿐 아니라 인수합병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국가경제 뿐 아니라 개개인의 경제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금융업의 특성상 관(官)의 개입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금융은 시스템이 파괴되면 하나의 회사가 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제 전체로 문제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치기 전 인사를 포함한 각종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부분이 때로는 관치로 오해받기도 한다.

요즘 '관치'가 종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남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뭔가 액션만 취해도 '관치'라고 매도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얘기다. '툭하면 등장하는 만만한 소재'라는 생각에 때로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관치'라는 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데는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최근 "좋은 관치도 있다"고 한마디 거들고 나서면서 관치의 애매한 영역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관치를 구분하는 잣대가 뚜렷하지 않으니 정부가 금융권 이슈를 거론하기만 해도 곧바로 '관이 개입한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아예 관여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올 수 있지만 이 역시 불편하다. '관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또 다른 비판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어디까지 시장에 맡겨놓을 것인지, 어디서부터 개입할 것인지 명확한 선을 긋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능동적이고 유연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현실에서 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관치'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의혹이 담겨 있다. '배후에 뭔가 있을 것'이라는 불신이 그 뿌리다. 바꿔 말하면 관의 언급에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이 관치 해소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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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의 인사 문제를 바라보면서 적어도 인사만큼은 '관치'라는 의혹이 나올 수 없게끔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불신 해소가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차라리 모범규준이라도 세우는 게 차선책이 될 수 있다. 관치를 판단하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에서는 CEO와 사외이사간 힘의 재분배가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 결과는 공청회를 통해 발표됐다. 여건이 된다면 금융사를 둘러싼 관치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보는 건 어떨까.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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