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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전 선발, 왜 '중동 킬러' 이동국-이근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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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왼쪽)-이동국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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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축구A대표팀이 5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베이루트 카밀레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을 갖는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최대 승부처다. 경기를 앞두고 최강희 감독은 줄곧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경기"라고 강조했다.

내용을 업신여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눈이 즐거운 축구'보다는 '이기는 축구'를 택하겠다는 뜻. 예컨대 화려하고 시원스러운 공격을 앞세우기 보다는, 투박하더라도 밀고 들어가 골을 따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관건은 최대 효율의 선수 활용 여부다.
손흥민-지동원을 선발에서 배제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둘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그야말로 맹활약했다. 손흥민은 12골, 지동원은 5골을 뽑아냈다. 그만큼 기량은 절정이다. 소집 직전 국내파에 비해 열흘 가량 더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시즌을 마친 직후라 해도 체력엔 문제가 없다. 득점력에 대한 기대도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럼에도 그들 대신 이동국-이근호 선발 카드를 빼들었다. 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 여기엔 선수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흔히 이동국과 이근호를 '중동 킬러'라 묘사한다. 기록부터 남다르다. 이동국은 A매치 96경기 30골 가운데 10골을 중동팀과의 경기에서 쏟아냈다. 이근호는 더하다. 16골 중 무려 11골을 중동팀을 상대로 넣었다. 중동팀이 약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중동 원정은 '지옥'이란 표현이 어울렸다. 수비 일변도 전술에 기후, 잔디, 텃세까지 괴롭혔다. 그런 원정(혹은 중립)에서도 이동국은 7골, 이근호는 5골을 각각 넣었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근호는 "그저 중동팀이랑 경기를 많이 해서 많이 넣은 것 뿐"이라고 했지만, 바꿔 말하면 지도자들이 중동을 상대로 이근호를 자주 투입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중동의 밀집 수비를 깨는데 효율적이었다.

대부분 객관적 전력이 처지는 중동팀들은 한국을 상대로 선수비-후역습으로 나선다. 8~9명이 페널티 박스 부근에 몰릴 때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수비수와 등을 진 채 공을 잘 간수하는 능력, 촘촘한 수비벽 안에서의 빠른 순간 판단력과 완급조절이다.

이동국 [사진=정재훈 기자]

이동국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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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의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난 경기는 지난해 6월 레바논전과 지난 3월 카타르전이었다. 레바논전 당시 그는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단단한 포스트 플레이로 공 소유권을 유지했다. 공중볼 상황에선 적극적 헤딩으로 세컨드 찬스도 열었다. 이동국이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중심을 잡아주자 수비수들도 자꾸만 그를 향해 몰렸다. 그로 인해 생긴 공간으로 침투하는 측면과 2선의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해 공격 활로를 뚫었다. 덕분에 김보경이 2골, 구자철이 1골을 넣으며 대승을 거뒀다.

후반 교체 투입된 카타르전도 마찬가지였다. 무의미한 '뻥축구'의 반복에 답답하던 터, 이동국은 김신욱과 2선 사이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공이 아크 주변에서 확실히 머물 수 있게 되자 대표팀 공격 루트로 훨씬 다양하게 개척됐다. 결과는 극적인 2-1 승리였다.

이근호 역시 상대 집중 수비를 뚫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흔히 그의 왕성한 활동량과 돌파력에 주목하기 쉽다. 그에 못잖은 장점은 좁은 문전 공간에서의 지능적 플레이와 빠른 판단력. 카타르를 상대로 넣은 두 번의 헤딩골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6월 카타르와의 원정경기(4-1 승) 전반 26분. 김보경의 왼쪽 크로스 직전 이근호는 앞뒤로 수비수 두 명에 둘러싸였다. 이근호는 뒤로 물러서는 척 페인트를 쓰며 뒤쪽에 있던 수비수를 떨쳐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앞쪽 수비수 뒤로 잘라 들어가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밀집된 공간에서의 영리한 몸놀림이었다.

3월 카타르전 선제골을 넣은 직후 포효하는 이근호 [사진=정재훈 기자]

3월 카타르전 선제골을 넣은 직후 포효하는 이근호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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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도 박원재의 왼쪽 크로스가 올라올 때 이근호는 수비수 두 명에 가려있었다. 공의 궤적을 본 그는 수비수 뒷공간을 확보했고, 이어 골키퍼 키를 넘기는 재치 있는 헤딩으로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좁은 공간에서도, 그것도 머리로 골을 만들어낸 두 장면은 '공격수 이근호'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이에 비해 손흥민과 지동원은 스타일이 다소 다르다. 뒷공간이 넓게 형성되거나 상대 수비가 헐거울 때 침투나 돌파로 파괴력을 발휘하는 공격수다. 둘 다 아직은 베테랑들에 비해 기복이 있는 것도 사실.

이들을 레바논전 '조커'로 활용하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판단도 여기에 맞닿는다.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운 밀집수비를 상대로 선발로 나섰다가, 설상가상 기대 이하로 부진하기까지 하면 경기 전체가 꼬여버리기 쉽다. 대신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고 앞서간다면 투입 시기는 빨라질 것이다. 만회골을 넣으려면 레바논도 마냥 내려앉을 수 없기 때문.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이고, 자연스레 손흥민과 지동원의 먹잇감은 풍성해진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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