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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켜니 주행거리 뚝...열받아 못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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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운영 '전기 나눔카', 직접 타보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가 빌려주는 전기차.

서울시가 빌려주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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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동차 나눠 쓰기, 아직까지는 생소ㆍ불편"

최근 서울시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독특한 시정 철학인 '공유 철학'이 반영된 여러가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자동차 나눠 쓰기'가 대표적 사례다. 서울 시내 곳곳에 서비스센터를 만들어 차를 갖다 놓으면 시민들이 요금을 내고 일정 시간 사용한 후 반납하는 개념이다. 잘만하면 자원 고갈 시대에 대비한 에너지·자원 절약은 물론, 교통량 줄이기, 대기 질 개선, 친환경 자동차 기술 발달 등 '일석사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정책이다.
특히 서울시는 미래형 첨단 기술이 집적된 전기자동차 산업의 활성화를 돕기 위해 지난 5월8일부터 시내 57개 지점에서 184대의 '전기 나눔카'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LGCNS, 코레일네트웍스, 한카, KT금호렌터카 등 4개사와 함께 시민들에게 전기차를 빌려주고 있다.

주말인 지난 1일 서울시의 '전기 나눔카'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 봤다.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아 더욱 많은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일단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진입 장벽'부터 다소 높았다. 통합 홈페이지(www.evseoul.com) 또는 서비스 제공 회사의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었다. 조건도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후 1년 이상, 신용카드가 있는 사람으로 제한돼 있다.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무인 서비스라 차량 도난 등의 우려로 어쩔 수 없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었다. 일단 LGCNS가 운영 중인 '씨티카'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한 후 서비스를 예약했다. 신청 후 가입 기간이 들쭉날쭉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날 오후 차를 인수하기로 한 영등포구 공영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배정된 차량을 찾았다. 그런데 차만 덜렁 놓여져 있을 뿐 어디에도 이용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중이었다. 결국 홈페이지의 이용안내를 보고 난 후에야 문을 열 수 있었다. 회원카드를 차 앞 유리 앞에 있는 카드입력기에 갖다 대면 차 문이 열리는 방식이라는 것을 설명을 듣고서야 알 수 있었다. 사전에 꼼꼼히 이용 정보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간단한 이용 안내문을 차량 유리창 등에 꽂아 주는 작은 친절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충전기의 콘센트를 뽑은 후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전기차라 그런지 과연 가솔린 차량과는 확연히 달랐다. 시동을 걸어도 아무런 진동도 소음도 없었다. 오직 속도 표시계 등에 불이 들어온 걸 보고서야 시동이 걸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출발! 일단 시청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내비게이션에 주행가능거리와 배터리 잔량이 표시됐다. 주행 가능 거리는 84㎞로, 당초 안내된 72km에 비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서울 시내에서 한두 시간 남짓만 주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았지만, 길이 몹시 막히기라도 하면 자칫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우려는 에어컨을 켜는 순간 더욱 증폭됐다. 켜자 마자 차량 주행가능거리가 67㎞로 뚝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에어컨을 껐다. 아직까지는 몰라도 한 여름 찜통 더위 속에서 마음 편히 에어컨을 틀고 운전하기란 힘들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서비스사에서 온 안내 메신저에서조차 "차량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를 믿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가 짐작이 갔다. 서울역 부근에 이르러 차가 밀리는 바람이 정차가 길어지자 밧데리의 주행가능거리가 갑자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주행 도중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설명서에 주행중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가 충전돼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는 내용을 봤기 때문이다. 또 차가 조금만 언덕을 올라가거나 시속 80㎞를 넘으면 주행가능거리가 확 줄어들어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특히 마포대교에서 시속 100㎞를 넘었더니 차량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도로 주행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돌려 영등포 공영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던 도중 예약했던 시간인 한시간이 지났다. 터치패드의 시간 연장 버튼을 누르니 안내 방송과 함께 금새 30분의 예약 시간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늘어난 돈은 약 3100원으로 총 요금은 9450원이 됐다. 대여 장소로 돌아와 차를 세우고 반납하니 오후 5시가 훌쩍 지났다.

1시간 30분 가량을 이용한 요금이 9450원이면 매우 경제적이었다. 데이트를 목적인 젊은이들, 짧은 거리의 볼일이 있는 비즈니스맨, 도심 가족나들이객 등이 사용하기엔 딱 좋아 보였다. 하지만 전기차의 고질적인 약점인 짧은 주행 거리, 고속 주행시 불안한 승차감, 충전시설 부족 등은 여전했다. 서울 시내 서울시의 '전기 나눔카' 사업은 자동차 공동 사용이라는 본래의 목적에는 매우 못 미쳐 보였다. 아직까지는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미래형 운송 수단인 전기차의 '걸음마'를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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