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로 금융 불공정행위 개선 기새
중소기업 대통령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은행들은 중소기업 앞에서는 '갑(甲) 중의 갑' 이었다.
예전에는 대부분 적금·예금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장기간 유지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을 꺾기로 강매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방법도 교묘해져 직접 법인을 상품에 가입시키기보다는 대표이사 본인이나 배우자, 자녀 등의 명의를 사용해 규제망을 피하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대출을 빌미로 직원급여를 해당 은행으로 이체할 것을 강요한다는 피해 사례도 접수됐다.
또 대출 후 바로 가입시키지 않고 1~3개월 후 따로 가입시키는 '시간차 방식'도 널리 쓰인다. 대출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시간이 흘러 당국의 감시망이 소홀해지면 당시 대출을 맡았던 담당자가 직접 기업 대표에게 전화를 해 금융상품에 가입시킨다는 것. 예전에는 대출금 나오는 날 꺾기를 하기 때문에 당국이 파악하기 쉬웠지만, 지금은 은행이 시차를 두고 방카슈랑스 등에 가입시켜 파악하기 힘들다.
중소기업들은 '꺾기' 자체도 문제지만 원금 미보장 상품인 방카슈랑스나 쉽게 빼 쓸 수 없는 적금을 판매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꺾기 문제는 50년 전부터 있었던 고질적 문제"라며 "적금은 담보를 설정하므로 긴급자금 활용이 어렵고 방카슈랑스는 장기가입에 원금이 보장되지 않아 기업인들의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기중앙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지난달 31일 '금융분야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를 열고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꺾기 관행을 포함 총 44개의 손톱 밑 가시를 건의했다.
최 금감원장은 향후 검토를 통해 제도 개선이 가능한 사항에 대해 현재 운영중인 '중소기업 금융애로해소 태스크포스(TF)'의 추가 과제로 선정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오랜 관행인 꺾기가 근절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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