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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자녀명의 가입…교묘한 은행 꺾기에 中企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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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로 금융 불공정행위 개선 기새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 사장 A씨는 최근 시설확충을 위해 돈을 빌리려 은행에 갔다가 '꺾기' 영업을 당했다. 5억원을 대출하겠다고 하자 곧바로 500만원짜리 방카슈랑스 상품에 가입시킨 것. 요즘은 금융당국의 단속에 꺾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법인이 아닌 대표자나 배우자, 자녀 명의로 가입시키는 방법으로 교묘하게 단속망을 피한 것이다. A씨는 원금을 보전하려면 적어도 5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현재 3개 은행에 방카슈랑스를 통해 들어가는 돈만 월 2000만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대통령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은행들은 중소기업 앞에서는 '갑(甲) 중의 갑' 이었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운전·시설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을 찾을 때 꺾기를 통해 금융상품을 강매하는 관행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대부분 적금·예금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장기간 유지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을 꺾기로 강매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방법도 교묘해져 직접 법인을 상품에 가입시키기보다는 대표이사 본인이나 배우자, 자녀 등의 명의를 사용해 규제망을 피하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대출을 빌미로 직원급여를 해당 은행으로 이체할 것을 강요한다는 피해 사례도 접수됐다.

또 대출 후 바로 가입시키지 않고 1~3개월 후 따로 가입시키는 '시간차 방식'도 널리 쓰인다. 대출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시간이 흘러 당국의 감시망이 소홀해지면 당시 대출을 맡았던 담당자가 직접 기업 대표에게 전화를 해 금융상품에 가입시킨다는 것. 예전에는 대출금 나오는 날 꺾기를 하기 때문에 당국이 파악하기 쉬웠지만, 지금은 은행이 시차를 두고 방카슈랑스 등에 가입시켜 파악하기 힘들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요즘에는 감사 나온다고 대출 후 1~3개월간의 기간을 두고 적금 200만원, 방카슈랑스 300만원어치를 들게 하더라"며 "1개월 이후 자의에 의해 가입했다고 하면 잡아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꺾기' 자체도 문제지만 원금 미보장 상품인 방카슈랑스나 쉽게 빼 쓸 수 없는 적금을 판매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꺾기 문제는 50년 전부터 있었던 고질적 문제"라며 "적금은 담보를 설정하므로 긴급자금 활용이 어렵고 방카슈랑스는 장기가입에 원금이 보장되지 않아 기업인들의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기중앙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지난달 31일 '금융분야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를 열고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꺾기 관행을 포함 총 44개의 손톱 밑 가시를 건의했다.

최 금감원장은 향후 검토를 통해 제도 개선이 가능한 사항에 대해 현재 운영중인 '중소기업 금융애로해소 태스크포스(TF)'의 추가 과제로 선정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오랜 관행인 꺾기가 근절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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