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1년](상)강제휴무 '乙' 살린다며 '丙'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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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 1년, 마트 거래 업자들 손실규모만 5조원
-마트 매출 급감에 7000명 일자리 잃고 수당 없어져 월급 3분의1 없어져
-일요일은 으례 마트 쉬는 날로 오인..일요일은 장사 공치는 날 허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 발생
-국민대통합·상생은 커녕 '대결'과 '갈등' 구도만 조장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한 지 1년. 유통산업은 그동안 대립과 갈등, 생존의 문제로 시끄러웠다.
정부가 '갑'으로 분류한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을 막으면 '을'로 대변되는 시장과 골목상권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불똥은 '을'보다 더 사회적 약자인 '병'들의 피해만 야기했다. 소위 '병'으로 불리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납품업자, 농ㆍ어민, 입점업체에게는 악몽 같은 1년이었다. 체인스토어협회 추산, 이들의 지난 1년간 피해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 이후 피해자만 있을 뿐 관련 업무 종사자 누구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통규제 1년이 지난 시점에 이를 되돌아보고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월세는 작년보다 50만원 올랐는데도 매출은 줄어들어 정말 힘듭니다. 우리도 소상공인이에요. 돈 많아서 대형마트에 입점한 게 아니란 말이지요. 살아보겠다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입점한건데 우리도 보호해줬음 좋겠어요."(전주 A대형마트 미용실 사장 이 모씨)


"제가 있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은 2,4째 주 일요일이지만 1,3째 주 일요일에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줄었습니다. 고객들이 '일요일은 으레 마트 쉬는 날'로 여겨 주말에 공치는 날이 허다합니다."(서울 상암동 B대형마트 신발가게 사장 김모 씨)

2012년 4월 22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강제휴무 및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유통산업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설립 이래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강제 휴무로 일자리를 잃은 근무자들이 속출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마트 직원들은 심야 근무와 주말 수당이 없어지면서 월급의 3분의1을 잃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4월 2.4% 마이너스 성장한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의무휴업이 시행된 작년 4월 이후 설과 추석이 끼었던 작년 9월과 올 2월을 빼고 매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은 -24.6%라는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난 1년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총 7000명의 인원을 잘랐다. 신규출점이 제한되면서 고용유발 효과도 멈췄다. 야간 영업시간과 휴일 근무 제한으로 시급이 줄면서 파트 타임자들의 가계 경제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시급이 4500~5500원인 이마트 파트타임 종사자들은 주말 월 2일 휴무로 인해 10만~11만원 가량의 소득이 줄었다. 1년간 경제손실금액은 약 3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 전점(146여개점)으로 확대시 연간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과 거래하는 중소 유통상인과 농ㆍ어민, 입점업체들의 타격도 심각하다.
농수축산물 매입이 감소하면서 피해 규모만 수조원에 이르고 입점업체들은 평일이 아닌 주말휴무로 매출이 반토막났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직접 피해를 보게 되는 농어민은 농산물의 신선도, 재고 부담 등을 고려한 소극적 발주와 판매 기회 손실 등으로 연간 약 1조7000억 원의 피해를 봤다. 중소납품협력업체 또한 판매기회가 줄어들어 약 3조1000억원의 피해를, 영세임대소상인은 약 6000억 원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결국 이들의 연간 피해규모만 5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입점업체들은 사실상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예로 홈플러스 대형마트 1개 점포당 1회 휴무 시 약 3억3000만원, 전국 133개 전점이 연 24회 휴무 시에는 약 1조535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 이중 입점업체는 1개 점포당 약 4500만원, 133개 점포 환산 시 약 6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 입점 자영업자들이 연 1450억원 가량의 매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홈플러스 전주점 임대매장 점주 김 모씨는 "평일 매장에 고객이 많아 봤자 2~3명뿐"이라며 "없는 살림에 대출 받아서 시작한 장사, 주말에 벌어야 겨우 직원 월급도 주고 하는데, 평일도 아니고 주말에 두 번이나 쉬니 하루가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 송파점 씨푸드레스토랑 사장 양 모씨는 "의무 휴업으로 주말 예약 취소가 발생해 고객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무척 곤혹스럽다"고 한숨지었다.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선택권이 무시된 점도 문제다. 체인스토어협회 조사결과 대형마트 이용자의 40%로 예상되는 맞벌이부부는 밤 10시 이후 마트를 이용할 수 없게 돼 막대한 불편을 겪고 있다. 밤 10시 이후에는 재래시장도 문을 열지 않아 쇼핑기회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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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대통합, 상생과는 거리가 먼 편을 갈라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 점도 문제다. 업계는 추가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또 다시 법적 다툼으로 갈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유통 농어민, 중소기업, 임대소상인 생존대책위원회의 이대영 의장은 "영업 규제로 인해 대형유통과 거래하는 농어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통받고 있다."며 "정치권은 포퓰리즘에 입각한 인기 영합식 영업규제가 아니라 서로 함께 상생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해 국민 통합을 위한 법안을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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