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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우린 '있는 者'에게 너무 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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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1773년 12월16일 어둠이 내릴 무렵 인디언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미국 보스턴 항에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정박중인 선박에 올라 배에 실려있던 차(茶)를 모두 바다에 내버렸다. 미국 독립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은 이렇게 일어났다. 보스턴 차 사건은 그릇된 세금(稅金)에서 비롯됐다. 당시 영국은 세수확보차원에서 설탕ㆍ유리ㆍ납ㆍ도료ㆍ종이ㆍ차 등 다양한 생필품에 세금을 잇달아 부과했다.
이에 격분한 식민지인들이 반기를 들었다. 자치정부를 수립한 식민지 주민들은 1776년 7월4일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1894년 2월 조선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가혹한 징세에 대항한 농민들이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킨 것이다.

동학운동은 보스턴 차 사건과 달리 실패로 돌아갔지만 가혹한 징세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과도한 세금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심할 경우 혁명(반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의 역사를 혁명의 역사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역사속 세금에 대한 저항은 민중들의 절규였다.

개인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진행되는 최근의 세금회피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계좌(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있는 한국인이 무려 245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명단에 포함됐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미 발표된 이수영 OCI 회장의 조세피난처 계좌 보유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회장을 지낸 인사다.

경총이 어떤 곳인가. 사용자단체로서 노동자를 상대하는 국내 대표 단체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다른 어떤 단체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이런 곳의 수장을 맡은 분이 회장 재직중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보유했다 그만 들통이 났다. OCI측은 누락된 신고와 납세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완결토록 하겠다고 뒤늦게 공식 발표했다.

검찰조사가 진행중인 CJ그룹 이재현 회장 일가 역시 비자금 조성 통로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했다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납세(세금)는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다. 탈세는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의 조세회피는 저항도 아니고, 혁명도 아니다. 치졸한 행위다. 보스턴 차 사건이나 동학농민운동 등 역사속 조세저항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일부지만 탈세 등으로 부를 축적하고, 그 축적된 부를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부유층이 분명 존재한다.

들 중에는 부모 자식간 국적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일부 몰지각한 부유층의 원정출산 탓이다. 자식에게 부는 물려줘도 국적은 물려주기 싫다는 거다.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거부하고 있는 일부 부유층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과 다르다. 경제민주화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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