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으로 개인연금 지원..정부 부담은 오히려 줄어"

토마스 레그 독일보험협회 부문장

토마스 레그 독일보험협회 부문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베를린(독일)=최일권 기자] "독일에서는 고령화가 연금의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리스터연금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출발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토마스 레그 독일보험협회 사회정책부문장은 리스터연금의 탄생 배경을 이 같이 설명했다.

2001년 첫 도입된 리스터연금은 어느새 독일의 대표적인 연금으로 자리매김했다. 리스터보험이란 민간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인데,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분을 보조해준다. 첫해에 41만5800건을 판매하더니, 10년만인 2011년에는 1081만8000여 건으로 25배나 늘어났다. 독일 개인연금의 25%를 리스터보험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국민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리스터연금 시행 이전 보다 정부의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레그 부문장은 "과거에는 전체 연금의 80% 이상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구조였는데, 리스터연금 시행과 함께 공적연금의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면서 "리스터연금과 관련한 정부의 보조금 규모는 30억 유로 수준이지만 연금개혁 이전의 정부 부담비용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리스터연금은 비슷한 고민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둘러싼 환경 역시 독일의 전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보험 이용률이 낮다는 점도 비슷하다.


리스터연금 시행 이전인 1999년까지만 해도 독일의 공적연금 비중은 전체 연금의 85%에 달했다. 나머지 15%만이 민간보험사 중심의 사적연금이 메꾸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연금개혁 전까지 사적연금을 '카푸치노 위에 얹힌 크림'으로 불리기도 했다. 민간연금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국가인 네덜란드와 스위스의 사적연금 규모가 각각 50%와 58%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레그 부문장은 "노령화와 함께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지역에 공적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게 국가 연금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리스터연금이 성공을 거둔 것은 연방정부의 강력한 시행의지와 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인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독일에서 보험은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보편화됐다. 독일보험협회에 따르면 독일 내 생명보험 체결건수는 2005년에 이미 인구(8200만명)보다 많은 9420만건을 기록했다.

AD

리스터연금이 전계층에 고루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은 몇가지 제도적 장치가 있기에 가능하다. 우선 보험료율을 총액임금의 4%로 하되 월납입한도를 설정해,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월 2100유로를 넘지 않도록 했다. 정부 보조금은 부부의 경우 1인당 154유로, 자녀에 대해서는 300유로의 정액제다. 자녀가 많을수록 보조금 혜택이 늘어나는 구조다. 또 최소본인부담금 60유로를 설정해, 소득이 적어도 개인이 부담해야 할 여지를 남겼다.


레그 부문장은 "정액 보조금은 저소득층에 유리한 장치"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