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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록그룹이 시작한 펀딩..수십억달러 자금줄로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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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록그룹의 6만달러 모금에서 출발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 27억 달러
한국에서도 창조경제 핵심으로 떠오를까


   세계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중의 하나인 '인디고고(indiegogo)'의 메인 페이지

세계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중의 하나인 '인디고고(indiegogo)'의 메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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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영국 록그룹 ‘매릴리언(Marillion)’ 멤버들은 미국 순회공연을 위해 인터넷에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로서는 다소 낯설었던 이 방법은 그러나 팬과 시민들로부터 6만달러의 기금을 모으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매릴리언’의 이 같은 성공은 미국과 영국 문화·예술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 여는 계기가 됐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빛을 발하지 못하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길을 찾게 된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어디에서 왔을까?=크라우드펀딩은 ‘대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이 합쳐진 말로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활동을 뜻한다. 현재의 크라우드펀딩 개념은 '매릴리언'이 인터넷으로 공연 모금활동을 펼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크라우드펀딩은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본이 부족한 예술가나 활동가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고, 때마침 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의 등장은 대중과의 연결고리가 약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넘는 ‘펀딩의 장’을 제공했다.
2011년 말 현재 영국의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453개에 달하고, 자금조달 규모는 15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는 2012년 미국의 국립예술기금(NEA)보다 많은 1억5000만달러를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2012년 현재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전체 27억달러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7년 머니옥션과 팝펀딩의 대출형태에서 출발해 2011년 기부·후원형 형태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현재 10여개의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만나다=슬라바 루빈은 15살에 암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그 뒤 모금사업에 관심을 가져오던 소년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도 그 꿈을 접지 못했다. 2006년 동업자 에릭과 디나를 만나면서 이 꿈은 현실이 됐다. 2008년 1월, 세계 최초로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히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는 이렇게 탄생했다. ‘인디고고’에는 전 세계 200개국, 3000여개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매월 등록되고 있다.

킥스타터는 미국의 신생기업이던 ‘페블테크놀로지스’를 유망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과 연동 가능한 ‘페블워치’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었지만 자금이 없어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명기업에 제도권 금융의 문턱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킥스타터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안을 택했다. 그 결과 모금 2시간만에 목표액 10만 달러가 모이면서 ‘페블 스마트 워치’를 생산해냈고, 1000만달러에 달하는 추가 개발 자금도 조달할 수 있었다.

국내의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2012년 기준 약 74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자금모집 규모는 ‘머니옥션’, ‘팝펀딩’ 등 1세대 플랫폼들이 속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 전체의 62%인 46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26년'은 강풀의 원작만화를 영화로 제작하면서 크라우드펀딩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26년'은 강풀의 원작만화를 영화로 제작하면서 크라우드펀딩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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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로는 대출형이 가장 크지만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이다. 만화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 제작 과정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은 영화를 이슈화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제작비 부족으로 영화 제작이 중단 위기에 처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4개월 동안 무려 7억4500만원의 자금이 모였다. 가수 이승환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이 참여하면서 더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제작자는 후원모금 캠페인에 참여했던 1만5000여명의 이름을 전부 엔딩 크레딧에 올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담은 독립영화 ‘지슬’도 펀딩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2012년 7월 11일부터 시작된 이 모금활동은 후원자 264명, 후원금 1430만원을 모금하면서 당초 기대를 웃도는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지슬’은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을 비롯해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극영화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 브졸아시아국제영화제 장편영화 경쟁부문 황금수레바퀴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플랫폼을 활용한 크라우드펀딩이 성과를 거두자 이를 활용한 P2P금융(peer-to-peer finance) 방식의 펀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이 방식은 정치권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후보였던 박원순 시장은 이 방법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도 ‘문재인펀드’를 통해 4만270여명으로부터 총386억원에 육박하는 선거비용을 모금한 사례가 있다.

한국형 크라우드펀딩 출현할까=초기 단계의 미국·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해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 되다 이제는 그 보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펀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부, 후원, 대출형태의 펀딩이 대부분이고 창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금을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초기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크라우드펀딩’의 출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창조경제를 위한 한국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창업 단계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유연하게 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처 발굴이 가능하다”며 “창업-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말 기준 벤처기업의 78.5%가 보증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를 통한 사례는 18.5%에 불과하다”며 “대표적인 자금회수 통로인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시장 부진으로 투자선순환 구조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모금액 100억 미만의 IPO는 2000년대 초반 60건 이상을 기록했지만 2012년에는 20~30건으로 감소했다.

미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4월 ‘잡스법(JOBS,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을 통과시켰다. 잡스법은 신생기업과 중소형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다. 신성장기업의 공시 및 회계감사 규제를 완화하고 일반 대중에게도 증권발행을 허용하며, 크라우드펀딩 증권에 대해서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크라우드펀딩이 금융시장과 결합하면서 투자자보호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 정부도 시장활성화와 투자자보호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제도 도입 초기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투자자별 투자금액 상한을 정하고, 투자금을 별도로 예치해 펀딩 중개업체의 도산위험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초기 단계에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금조달은 물론, 향후 시장 자체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투자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개한 중소기업과 개인의 아이디어가 침해 받지 않도록 하는 등의 법안을 마련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장은 “선진국의 제도를 국내로 도입하면서 전체를 보지 않고 일부만 차용하는 탓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역시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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