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책을 지키는 사람들]"서점을 살려야 책이 산다" 양수열 광동서점 대표
AD
원본보기 아이콘
책 향내 가득하던 '동네서점'들이 하나둘 스러져간다. 출판 르네상스니 인문의 부활이니 하며 많은 이들이 책 살리기에 열심이지만 고사 위기의 동네서점을 구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1994년 전국 5600개에 달하던 동네서점은 2003년 2247개로, 현재 1700개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식 및 문화 향유의 매개 역할을 수행하던 서점의 몰락은 단순히 사업자의 폐업 문제, 즉 시장 논리만으로 볼 수 없다. 산업의 변화 속에서 인문과 지식의 질곡이 시작된 것에 다름 아니다. 동네서점 종사자들은 몰락 원인을 치열한 가격 경쟁, 독과점적 폐해에서 찾는다. 이들은 멸종의 위기속에서도 동네서점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양수열 광동서점 대표(사진)도 본업보다 서점 살리기 운동에 더 열중한다. 양대표에게서 동네서점의 실태와 대책을 들어본다.


▲ 동네 서점이 고사 직전이다. 어느 정도 어렵나 ?
- 동네서점, 이젠 고사 위기를 넘어 멸종 직전이다. 동네서점이 여지껏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연구대상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게 21세기 지식문화강국을 자부하는 한국 출판유통산업의 현실이다. 지난해 전국 서점을 전수 조사한 '전국서점 생태지도'를 보면에 따르면 웅진군을 포함한 3개군은 서점이 한 곳도 없다. 30개 시ㆍ군 지역도 단 한 곳의 서점만이 생존해 있다. 현행 19% 할인을 허용하는 도서정가제 시행 10년 동안 4000개 이상의 동네서점이 몰살됐다.

▲ 동네 서점의 멸종은 출판산업 즉 출판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
- 동네서점은 '출판물 전시장'으로 도서를 독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게 없어지니 팔리는 책 위주의 투기적 생산 마케팅, 베스트셀러 제작에만 몰입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질서 파괴를 야기한 것이다. 대다수 영세 출판사의 매출은 소수의 대형출판사와 온라인서점에 의해 임의로 조작되거나 양산된 '가짜 베스트셀러'가 빼앗아 가는 기형적 구조를 낳고 있다. 상업적 이윤추구라는 목적 앞에 윤리와 도덕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 책은 문화상품이자 공공재다. 또한 반복구매율이 없는 지식상품이다. 사회적 보호가 더욱 절실하다고 보는데...
- 책은 하나의 상품에 대한 반복 구매율이 거의 없는 지식상품이다. 대량생산과 유통비용의 절감을 무기로 무한자유경쟁하는 공산품과는 다르다.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절실하다.프랑스 도서정가제인 '랑법'의 아버지 자크 랑 장관도 의회에서 "책은 시장의 논리에 지배받는 일반 상품과 다르며 수익 논리에 좌우될 수 없는 문화재산"이라고 한 발언을 유념할만 하다.

▲ 동네서점이 몰락한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 독서인구 감소, 인터넷 발달, 스마트폰 활성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한 매출 감소도 있다. 그러나 19% 할인을 허용하는 현행 도서정가제가 원인이다. 도서정가제가 19%할인을 대변하며 할인 경쟁을 유도하면서 동네서점의 몰락은 시작됐다.무늬만 정가제인 현행법에선 18개월이 지난 구간도서와 초등학교 참고서ㆍ실용도서는 19%할인도 부족해 무한할인으로 경쟁해야했고 그렇게 출판유통산업의 근간은 너무도 허무하게 스러졌다.


▲ 서점업계는 도서정가제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 정가제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
- 도서정가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도서를 판매해 국민의 독서 평등권을 확보하게 하며, 유통체계의 독점 및 집중화를 방지할 수 있고, 인문ㆍ철학ㆍ전문 학술서 등 양서의 발간과 보급이 가능해져 출판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현재 출판유통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가격의 경쟁으로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동네서점 역시 얼마든지 자생력을 갖출 수 있으며 출판 생태계도 다양성이 회복될 것이다.


▲ 동네서점도 사회 변화에 맞게 변신할 부분은 없는가 ? 있다면 어떤 자구노력이 필요한가 ?
- 스마트한 산업구조 속에서 동네서점도 도서의 정보를 공유하고 제공하는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간을 구색으로 전부 갖출 수는 없다. 고객이 필요한 책을 보다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서점간에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동네서점의 장점인 접근성을 토대로 누구든 머물 수 있는 문화 쉼터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좀 더 쾌적한 환경과 공간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시청률 조사처럼 전국단위의 동네서점에서 실시간으로 판매량을 집계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구축 등으로 베스트셀러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AD

▲ 대형 출판사 및 온라인서점의 가격경쟁, 독과점, 양극화의 폐단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
- 도서정가제는 상생법이 돼야 한다. 출판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동네서점 대형서점 그리고 온라인서점 등이 균형을 맞추어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가격경쟁으로 치닫는 것은 결국은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치열한 가격 싸움에 상생이란 단어가 어울릴 수 있겠는가.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도서정가제 개정안에서 동네서점도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던 종전과 달리 10% 할인으로 상생의 해법을 제시했다.


▲ 책 읽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함께 경주해야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필요한 부분은 ?
- 동네어귀 눈에 띄고 편안한 곳에 항상 서점이 있었다. 곁에 있어서 불편한줄 몰랐던 서점이 하나둘 폐업으로 내몰려 이젠 책 한권 사기 위해 서점위치를 검색해야하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책 읽는 사회는 서점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서점은 단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문화산업의 뿌리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세대가 서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어야 하고, 대답에 궁색해야 하는 세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도서정가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