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없이 던진 신동규
"할 수 있는 일 한계 있었다" 중앙회와 갈등 표면화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농협금융지주 신동규호(號)가 11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항해를 멈추기로 했다. 금융지주 경영을 둘러싼 농협중앙회와의 갈등 등 암초가 확인되자 선장은 미련 없이 배에서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진퇴가 분명한 신동규 회장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신동규 회장은 15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주변에서도 당일 아침에 이를 알아챘다는 후문이다. 여기엔 의사결정이 빠르고 호불호가 분명한 그의 업무 스타일이 배어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신동규 회장은 다른 CEO와 달리 중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할 때도 의사결정이 빨랐다"며 "보통 그 자리에서 결정을 하고 구체적인 방향까지 지시를 받곤 했다"고 말했다.
사의 표명과정에서도 그의 성격은 드러났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임원들을 소집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임원들은 만류했지만 이미 직접 수기로 사의 표명을 발표하는 자료까지 작성한 뒤였다. 임원 회의를 마치고 신 회장은 이 문서를 홍보실에 보내 자신의 사의 표명을 발표하게 했다. 임원들에게 사의를 알린 후 공식 발표까지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신 회장은 사퇴 배경에 대해 "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관계에서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 산하에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경영의 걸림돌이 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취임 전 이 같은 문제를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실제 1년여 동안 해보니 이 구조에서는 어렵겠는 판단을 빨리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빠른 결정에 따른 후속 행보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신 회장은 사의를 밝히고 나서 바로 노조위원장과 점심을 함께하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취임 첫 날에도 노조를 만나 회장 임기가 2년이지만 우선 1년간 재임 후 제반 여건을 감안해 회장직을 계속 수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직원들은 취임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지난해 했던 약속을 지키며 스스로 진퇴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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