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히트상품]무한출판 "변죽녀의 재미 만빵 요리공작소"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그녀가 변덕이 죽 쑤게 된 이유는 수많은 중국집과 분식집, 한식집, 도시락집들 때문이다. 중국집에서는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 분식집에서는 떡볶이+순대를 먹을 것인가, 떡볶이+튀김을 먹을 것인가,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말고, 묶고 합치고 뭉쳐서 한 방에 귀요미 핑거 푸드로 만드는 신여성이다.회사생활 시작한지 벌써 8년 차. 아침에 눈 뜨는 건 천근만근이고 퇴근길에는 누가 어깨에 돌 한 덩어리 매달아 놓은 사람처럼 축 처져서는 죽상을 하고 다녔다. 애인도 없고, 일은 하기 싫고, 이놈의 배는 맨날 고프고, 밥을 사먹으려면 돈은 벌어야 하고. 금요일마다 얼마 남지 않은 솔로인 여자친구들을 모아다가 술을 마셔대는 것이 반복되는 하찮은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의 권유로 취미 삼아 요리블로그를 개설하게 됐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생활에서 달라진 점은 월급 받아서 매일같이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쓸데없는 수다를 떨던 변죽녀가 마트에 밥 먹듯이 출근을 하며 레시피 구상에 힘쓰게 됐다. 또한 퇴근길 죽상을 하고 터벅터벅 걸어 다니던 이상한 늙은 여자는 없고 싱글벙글하며 쏜살같이 집으로 와서는 주방으로 직행, 나름 참하게 요리를 하는, 맛있는 인생을 즐기는 여자가 됐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전문 요리사인가요? 푸드스타일리스트인가요?" 대답은 ‘NO!’ 변죽녀는 요리를 사랑하는 ‘푸드파일터’이자 집에 숨어 사는 ‘집쉐프’일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막 만든 거 같은데, 막 맛있고 만들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수상한 요리들이다. 때론 맛이 폭소를 유발시킬 때도 있다. 배고픔에 지쳐 식탁 빼고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정신으로 요리를 시작했으므로 포크와 나이프 따위는 필요 없는 핑거 푸드가 주를 이룬다.
요리를 사랑하지만 물렁이들(물오징어, 생닭, 생선 등) 손질을 공포스러워 하고, 굽다가 터져버린 고기만두는 초고추장과 새싹들로 급처방하며, 때때로 어질어진 부엌 때문에 엄마의 눈초리와 잔소리 폭탄을 온몸으로 받기도 한다. 하지만 변죽녀의 요리에는 아이디어가 살아있고, 맛이 살아있다. <'변죽녀의 재미 만빵 요리 공작소'/변죽녀 지음/무한 출판 출간/값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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