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외이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마지막 남은 'MB맨'인 어 회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어 회장은 "정부지분이 1%도 없는 KB금융 회장이 왜 거취를 표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리에 욕심내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공식 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KB금융 내부 인사, 정부 인사, 금융기관 관련자, 대학교수 등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에 대해 말이 많다"면서 "어떤 사람이든 한국 민간섹터 금융기관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KB금융 대표로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KB금융 회장으로 재직하며 느낀 소회도 밝혔다.
어 회장은 "한국계 기업들이 한국 금융기관이 아닌 글로벌 금융기관을 이용하고, 기본 조달금리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세계적인 은행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에 비해 인터넷 등 디지털 금융 이용건수가 월등히 높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조언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며 "(학계 등) 큰 자리가 아니라도 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경영학과,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를 거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고려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어 회장은 금융업계에 30여년간 몸 담았다.
한편 KB금융 이사진은 다음달 초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KB금융 회장 후보군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어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12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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