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예산실의 '잠 못 드는 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기획재정부의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새벽 일찍 사무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가 하면 밤늦게까지 업무를 이어가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예산실은 비상이다. 지난해 세입과 세출에 문제가 발생했다. 올해 총 12조원의 세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각종 공약은 물론 경기 부양 대책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획재정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달 넘게 임명이 지연됐다. 그 사이 이명박 정권에서 차관으로 있던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 조직 안정에 심각한 문제가 불거졌다.
세출과 세입에 균형이 무너졌고 '정부 가계부'에 구멍이 나면서 예산실은 밤을 잊은 낮처럼 연일 강행군을 이어갔다. 구멍 난 '정부 가계부'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원 마련에 야근과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2013년 올해는 잠을 편히 자는 것은 포기했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비상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산실이 마련하는 각종 예산 대책은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청와대와 당(새누리당)의 협의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당·정·청 협의체가 운영되는 배경이다. 여기에 야당의 의견까지 들어 이를 반영해야 한다. 예산실 직원들은 국회에서 연일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어느 정도 규모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지, 또 어디에 집행해야 하는지를 의논하는 자리이다.
예산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면 받지 않거나 잠시 뒤 문자로 "지금 회의중입니다. 회의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재부 예산실은 기재부 내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힌다. 국가 예산 운용에 대한 결정은 물론 각 부처와 관련된 예산에서 부터 전체 나라살림의 윤곽이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산실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 이후 야근은 매일이고 국회에서 회의의 연속"이라며 "세종청사와 국회를 오가는 것에 몸도 힘들지만 당과 청와대 등과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다르면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피곤감이 극도에 이른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임명된 지 3주가 조금 지났다. 현 부총리는 지난 11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기재부를 지원할 때 가졌던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포부를 잊지 말고 세상을 더 살만하게 만들겠다는 꿈, 경제적 약자에 대한 따듯한 마음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가계부'의 첨병 역할을 하는 예산실의 '잠 못 드는 밤'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개편은 물론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등으로 정부 예산의 짜임새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 예산실 직원들로부터 여전히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면 "지금 회의중입니다"는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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