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뉴스룸]'딸 바보' 용구…'국민 바보' 공무원
'세종극장' 만원 사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딸 바보' 용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7번방의 선물'. 1200만명 이상이 관람한 국민영화가 됐다. 지난 26일 저녁 6시30분. 세종청사 대강당에 공무원과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600여석의 자리는 금방 가득 찼다. 매월 한 번씩 열리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는 무료로 상영됐다. 세종청사 주변에는 마땅한 문화공간이 없다. 영화를 보려면 대전이나 조치원, 공주로 '원정 관람'을 가야 한다.
7번방의 선물은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다. 정신지체가 있는 아빠 용구에게 딸 예승은 이 세상 전부이다. 딸의(of the daughter), 딸에 의한(by the daughter), 딸을 위한(for the daughter) 아빠. 노란색 '세일러문' 가방을 두고 가게에서 경찰청장 딸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용구. 청장 딸이 아주 추운 겨울날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응급처지를 하고 있던 용구는 졸지에 범인으로 몰린다. 경찰청장과 국선 변호사의 협박으로 그는 스스로 '사형 선고'를 선택한다. 자신이 죽지 않으면 딸 '예승'이 죽는다는 협박 때문이었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지난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3월 한 달 동안은 정신을 놓은 상태였다. 정부조직개편안은 계속 미뤄졌다.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제때 시작해야 할 업무는 공백 상태로 전락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정권 초기에 혼란이 집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외침은 현실에서 멀어졌다. 인사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고위급 내정자들이 자진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의 한 달을 보낸 공무원들은 '7번방의 선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에게 이번 영화는 부족한 문화공간을 누릴 수 있는 기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 이번 영화는 한 달 동안의 지친 심신을 위로받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영화는 오랜만에 가족과 손잡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자리가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영화는 가족, 특히 자녀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겠다.
'딸의, 딸에 의한, 딸을 위한' 용구의 모습을 지켜본 공무원들에게 딸을 '국민(people)'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될 때 '국민 행복 시대'는 현실화되지 않을까. '딸 바보' 용구의 모습에서 '국민 바보' 공무원 이미지를 오버랩 시킨 관람객들은 나 혼자 뿐이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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