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박근혜호(號)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세계경제 위기와 양극화 속에서 창조경제라는 깃발을 국정목표의 최우선으로 삼고 출발했다. 그러나 출범 한 달이 되도록 깃발만 나부끼고 진용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고 있다.


네가지가 부족한 탓이다. 인물, 돈, 세력, 시장이 근혜노믹스에 없다.

아바타인가? 데자뷰인가?


현오석(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직후 언행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빠른 추격자는 안된다. 선도형 창조경제로 바꾸자. 증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같은 취임사는 박근혜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반복하고 있다. 첫 방문지는 시장이다. 물가안정과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대통령의 취임 첫행보와 판박이다.

손자병법에 將能而君不御者勝(장능이군부어자승)이라는 구절이 있다. 장수가 유능하고 통치자가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뜻이다. 유능한 장수와 자율성을 얘기한다. 근혜노믹스에서 장수의 몫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나는 약속하고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경제부처를 장악한 관료들의 처신을 제약한다. 박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에 자수성가한 기업인출신을 임명해 관료들과 경쟁시키면서 창조경제를 이끌려 했으나 이들은 낙마했다.


현부총리가 취임사에서 밝힌 "증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언급은 증세를 불가능한 일로 만들었다.


박대통령 취임이후 돈 쓸 곳은 더 많아 졌다.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경기회복을 위한 추경편성도 확정적이다. 공약실천을 위한 135조원외에도 새로운 씀씀이가 늘어나는데도 재원마련에 꼭 필요한 증세는 가능성조차 문을 닫아 걸었다. 담세율과 복지지출예산이 낮은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근혜노믹스의 위기는 박대통령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또 해외비자금의혹으로 낙마했다.낙마전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강자를 변호해 온 로펌출신은 안된다"며 저항했다. 박대통령의 인사를 보며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졌다.


대기업들도 근혜노믹스에 동참하기보다는" 경제민주화가 과도하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용역결과를 내놨다. 근혜노믹스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여당조차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면서 공정거래법개정등 경제민주화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야당과의 관계도 한껏 틀어졌다. 사면초가다.


창조경제라는 깃발만 있지 전쟁을 수행할 병참(돈)도 장수(창의적 인재)도 병력(세력)도 부족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민간 부문 개입도 벌써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유, 밀가루 등 각종 식품가격을 직접 챙기고 있다. '행정 만능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시스템을 정비해 물가를 관리하기 보다는 주먹이 앞선다. 시대는 21세기인데 낡은 20세기 병법을 구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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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지가 부족한 이유는 대통령의 지시과잉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국무회의 청와대 비서관회의 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나를 따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엄청난 양의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맞춤형 고용 복지. 근혜노믹스는 5대 국정목표 중 앞의 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정목표가 달성돼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고 국민들도 행복해 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넘치는 한가지를 줄이고 부족한 네가지를 채워야 할 때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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