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 외풍과 內患 사이](3)정부개입 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관행처럼 굳어진 인사 개입..사외이사제 등 내부시스템 확립해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KB금융지주엔 정부 지분이 단 한주도 없다. 그러나 역대 KB지주 회장은 모두 정부 혹은 청와대와 교감이 있는 이들이 선임됐다.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당시 초대 회장을 맡았던 황영기 전 회장과 회장 내정자까지 올랐던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어윤대 회장 모두 그렇다. 강 전 행장은 정부의 의지를 거슬렀다가 금융당국의 전방위 검사를 당하고, 백기투항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KB금융지주의 '인사 잔혹사'라 불릴 만하다.

이번 KB금융지주 사태는 표면적으로 이사회와 경영진의 갈등에서 촉발됐지만 그 이면에는 지배구조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엔 '정부와 정치권발(發)' 외풍(外風)이 자리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을 금융공기업 등의 인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인사개입 의지는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만난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솔직히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나? 정권과 가깝다는 이유 만으로 프리 라이딩(무임승차) 한 것 아니냐? "고 밝혔다. 금융권에 대한 정부 시각의 일단을 보여준다.

신한이나 하나금융처럼 비교적 외풍을 덜 타는 것으로 알려진 금융지주들에 대해서도 정부는 "잘못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승유 전 회장이나 라응찬 전 회장등이 대기업 처럼 오너도 아닌데, 은행과 지주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현직 경영진이 서로 맞고소를 하고, 결국 모두 경영진에서 물러난 이른바 '신한사태'에 대해서도 라응찬 전 회장의 비대해진 권력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금융을 금융인한테 돌려주어야 한다"는 단순 논리도 그 자체로 결함을 갖고 있다.금융이란 일반 제조업과는 또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시스템이 파괴되면 하나의 금융기관이 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경제 전체로 문제가 번진다. 정부가 문제가 있는 금융회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다. 더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한 개입은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인정된다. 정부의 개입은 사안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국정철학을 공유한다"는 어정쩡한 기준으로 금융사 CEO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그토록 비난해 마지 않던 전정권의 인사 파행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얘기 밖에는 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KB지주처럼 민간기업의 인사를 좌우할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정부 개입이)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부분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도 정답은 없다. 금융위는 2010년 신한과 KB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다음해인 2011년 12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경영진 영향력을 축소하는 대신 이사회 권한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에 의해 CEO 인사가 좌우되지 않도록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각사가 CEO 승계 구조에 대한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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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인사에 개입해도 내부 시스템에 의해 걸러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법안이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점은 고민해야할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회사를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는 한 5년마다 금융권의 인사 파동은 피하기 힘들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금융회사의 경영자를 둘러싼 위험은 내부 보다 외부 요인이 크다"면서 "외부 영향력이 커지면 주주와 기업가치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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