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플랜B' 국면…4대 시나리오
최악의 상황은 키프로스의 유로존 탈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의 재정위기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19일(이후 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구제 금융안이 키프로스 의회에서 부결된 이후 키프로스 정부가 비상 대책인 ‘플랜B’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구제금융의 열쇠를 쥔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트로이카’가 이를 거부할 태세여서 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키프러스의 금융권 붕괴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일 영국의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키프로스 정부는 예금 과세율을 낮추고 50억유로로 비축된 사회보장 기금을 활용하거나 개발 중인 천연가스 수익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을 은행예금과 교화하는 방안 등의 내용의 ‘플랜B’를 21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제출 당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키프로스 정부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 영업 중지 기간을 26일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키프로스 정부는 국가 휴무일인 19일부터 은행 영업을 중단해 왔다.
앞서 키프로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10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받는 대신 은행 예금에 최고 9.9%의 세금을 매겨 58억 유로를 조달하기로 합의했지만, 의회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부결된 바 있다. 키프로스의 자구 노력 차원에서 부과하기로 한 예금 과세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온 것이다.
키프로스의 예금 과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유럽 위기국가로 불똥이 튀었다. 남유럽 은행 예금자들이 불안에 떨면서 은행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등 시장이 동요했다. 특히 키프로스에 대규모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반발이 가장 컸다.
EU가 ‘예금 과세’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게 러시아의 검은돈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키프로스의 재정위기가 EU의 최대주주 독일과 러시아간 충돌로 보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키프로스의 차관 요청을 거부한 직후 예금과세가 “키프로스 뿐 아니라 전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앙겔레 메르켈 독일총리는 “키프로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존이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키프로스 은행권의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이번 키프로스 위기의 진앙지가 러시아와 같은 해외자본을 끌어들인 은행들인 만큼 은행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키프러스의 재정위기가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경제 규모에 맞지 않게 비대해진 은행산업 탓이라고 분석했다. 키프로스 은행권의 자산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50%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던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의 자산규모도 각각 GDP 대비 750%와 8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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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는 향후 키프로스 사태에서 전개될 수 있는 4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무엇보다 키프로스의 은행들이 파산할 경우 타격이 가장 클 러시아로부터 차관을 받는 것이다. 이럴 경우 키프로스는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키프로스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러시아, 키프로스에서 입지가 준 EU 모두 이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키프로스 정부가 추진 중인 10만유로 이상 예금에 대한 과세 방안이 승인되는 경우다. 이도 키프로스 의회와 최대 채권국인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셋째, EU가 크게 양보해 5000억유로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금(ESM)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그러나 여기에 독일이 반대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키프러스의 유로존 퇴출로, 유로그룹이 키프로스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의 대규모 예금도 휴지조각이 될 뿐만 아니라 유로존 해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키프로스는 그리스와 터키의 동지중해에 있는 제주도 4배 정도의 섬나라다. 영국군 기지가 있고 이스라엘 쪽 해역에 천연가스가 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규모는 EU 전체의 0.5%도 안 되지만 지리적ㆍ정치적 요충지인 만큼 키프로스가 최악의 사태로 몰리면 국가부도라는 '자해공갈'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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