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세이]호랑이한테 한 수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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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형님 이야기를 좀 하자. 옛날 나무꾼 총각이 산중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딱 죽게 생겼는데, 총각은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다. "아이구 형님, 이게 얼마만이오."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렸다가,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하는 호랑이. "내가 왜 네 형님이냐?" "말도 마세요, 형님. 어머니가 첫아들을 낳았는데, 호랑이를 낳았지 뭡니까? 조금 자라자 산으로 달아나버렸지요. 눈 위에 하얀 점이 있었답니다." "영락없이 나네? 어머니가 계시다고?" "예, 형님. 어머니가 자나 깨나 기다리시니 꼭 한 번 놀러오세요."


이렇게 위기를 모면한 뒤 총각은 산을 내려와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밤이 되니 호랑이가 대문을 밀고 들어온다. 어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가 호랑이 목을 감싸 안고 울며 소리쳤다. "아이구, 이 자식아.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 호랑이도 어머니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운다. 이후 이 호랑이 형님은 작은 짐승을 잡아 방문 앞에 놓고 가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호랑이는 삼년상을 치르는 동안 고기 먹는 일을 그쳤고, 묘를 지켰다. 대상(大喪)을 마친 날 호랑이는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이 호랑이를 어리석다 하겠는가. 사람보다 더 깊은 효심과 의리를 보인 짐승을 보며 우리가 슬그머니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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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사람을 호랑이 같다고 하지만, 옛사람들은 저런 파안대소(破顔大笑)를 즐겼다. 전북 임실군 호암리 두류마을의 '호랑이바위(조선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는 이빨을 드러내고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문득 호랑이를 지면에 데려온 까닭은, 강경(强硬)만이 난무하는 시대에 참지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싶어서다. 저 호랑이처럼, 여유와 유연함이 더 필요할 때이다. 북한 도발, 여야 대치, 물가 급등, 경제 난국.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요즘, 웃는 호랑이 앞에서 함께 잠깐 얼굴을 펴보는 건 어떤가.
 
글=이향상ㆍ사진=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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