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에너지세금, 빈곤층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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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90대 노인이 전기장판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홀로 살던 김모(94) 할머니의 전기장판에서 시작한 불은 83㎡ 크기 단독주택뿐 아니라 잠을 자던 김 할머니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난방용 전열기구로 인한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기장판류의 화재로 최근 5년간 1000여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4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11~12월 전국에서 난방용 전열기구에 의해 17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11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화재 139건에 비해 28% 증가했다.

문제는 이같은 화재사고가 저소득층이자 에너지 소외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데 있다. 보통 아파트나 빌라 등에서는 동절기 난방으로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을 이용한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영구임대아파트나 농촌 지역, 달동네 등은 도시가스 설비가 미비하다. 도시가스가 아니라면 대안은 등유와 전기뿐이다. 하지만 등유는 전기보다 월등히 비싸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자 식으로 전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에너지 소비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가구의 13%와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가구의 26%가 전기장판을 주난방시설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도시가스(36.0%)와 지역난방(25.7%)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에너지믹스, 즉 에너지 구성에서는 가난할수록 더 비싸거나 더 위험한 난방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 가격은 같은 열량을 기준으로 할 때 도시가스보다 평균 3.5배 비싸 에너지 빈곤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내등유는 난방용으로 쓸 때 단위열량(㎉)당 가격이 122.1원으로 도시가스의 34.8원보다 3.5배나 더 비싸다. 실내등유는 전기요금에 비해서도 값이 비싸다.


난방용 등유요금이 비싼 것은 과중한 특별소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등유 1L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는 개별소비세 90원과 교육세 13.5원으로 103.5원이다. 반면 도시가스 1㎏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60원이다. 저소득층이 쓰는 등유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다른 연료를 지원하는 역(逆)서민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등유는 예전에는 난방용 에너지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등유가 전체 난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에는 53.2%, 1995년 62.6%에 달했지만 2001년 41.4%, 2004년 31.2%로 줄어들었다. 2010년에는 22.3%까지 비중이 감소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석광훈 정책위원은 "왜곡된 가격체제가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낳고 있다"며 "아직도 400만 가구가 등유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등유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겨울철 화재와 전력난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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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외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특정 에너지원에 몰린 소비구조를 바로잡고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에너지 세제개편을 든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등유 등 적정한 '화석 연료' 이용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 구조를 꾀할 수 있다"며 "등유 난방 인구를 특정한 비율로 늘려 전기수요를 감축하면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높아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림돌은 줄어드는 세수 문제다. 김 교수는 '에너지세 증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사실상 면세인 발전용 유연탄, 원자력에 대해 새로 과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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