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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권혁재 학연 대표"도서관, 학술전문서적 구입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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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학연문화사대표는 올해 들어 더욱 분주해졌다. 각종 토론회, 공청회 등에 참석, 출판산업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권대표가 출판사 경영보다 출판 운동에 더 열중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학연문화사는 지난 88년 설립, 91년 '백제사의 이해'라는 책을 첫 출간한 이후 현재까지 500여종을 내놓았다. 주로 고대사, 고대문화사 중심의 학술 전문서적이다. 즉 학술전문출판이 위축돼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권대표는 "처음 출판사를 시작할 때는 초판 500여부를 찍었지만 지금은 100권 정도 찍을 지경"이라면서 "전문출판사의 어려움은 일반 출판사와 비교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5여년동안 제작비는 세배나 높아진 반면 판매 부수는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문서적 출판이 부진한 이유는 "도서관 구입이 급격히 적어진 때문"이라며 "최근 도서관들은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사고, 전문학술서적에는 거의 구입을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학술서적은 귀중한 자료인데도 도서관에서조차 외면받고 있어 출판기업을 영위하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이유로 전문서적 살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현재 권대표는 한국학술출판협회장도 맡고 있다.


권대표가 책 낼 곳이 없는 관련분야 연구가 및 저자들이 하나둘 찾아온 것이 인연이 돼 오늘날까지 학술전문출판으로 이어졌다. 권대표는 "고고학 분야 전공자가 200여명 수준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함께 연구하고, 답사하고, 토론하며 교제하다보니 안 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저 저자 및 전공자들과 상생하자는 생각에서 출판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전문출판기업이 됐다.

그가 내놓은 책 중 '그림으로 배우는 우리 유산', '한국의 단청' 등은 1만여권을 넘어선 대표작품이다.'한국의 단청'은 2003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 백상출판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신라와 고려시대 석조부도'가 문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 2004년 '한국지석묘사회의 연구'가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2012년 '신라왕릉연구'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등 30여종의 책이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그러나 판매량은 각 책마다 200∼300여부 수준이다. 한국의 단청 등 몇권이 1만권 판매를 기록했을 뿐이다. 학술 분야에서는 베스트셀러나 다름 없다. 권대표는 "학술출판사가 먹고 살게는 해줘야 지식산업을 지켜낼 것 아니냐 ? 최근 15년동안 인문 분야 학술 전문 출판사가 창업된 적이 없다"이라며 "우수학술도서 등 전문서적에 대해서는 도서관에서 최소한 몇권이라도 구입해주는 기준이라도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술 서적을 그저 시장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곧바로 소멸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권대표는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계속해서 학술서적을 출판할 작정이다. 함께 해온 사람을 저버릴 수 없어서다. 그러나 그도 워낙 힘겹다보니 출판 진흥과 관련한 시장 살리기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각종 법률 개정, 지원책 논의 등 경영 외의 산업 육성을 위한 활동이 오히려 경영에 전념하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워낙 어려운 현실에 시장을 살리기 위해 당연히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일이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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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분야에 있어서 권대표의 숙원사항은 '도서관 구입비 증액' 및 '전자출판' 확대다. 도서관 구입 확대와 관련, 도서관협회 등에 지속적으로 구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전자출판의 경우는 출판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올해 1000여종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에 선정 기준 등을 마련, 전자출판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출판인들과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권대표는 "전문도서의 불법 복제, 정부 출자기관의 직접 출판 등 전문서적 발행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수두룩하다"며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스스로 저자가 돼 '지구의 중심 알타이를 가다', '몽골알타이 문명을 찾아서'(공저)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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