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입찰 "선순위 따져보지 않았다면, 결과는?"
['버드나무'의 발칙한 경매②] 특수주소변경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경매 물건을 검색하다 보니 정말 고수익이 날만한 물건을 발견했다. 이내 경매 교육생에게 추천했다. 경기도 군포시 당동에 위치한 오피스텔 건물의 4층 점포였다. 이 물건을 검토한 교육생은 흡족해 하며 응찰하기로 결정했다.
현장 답사를 나갔다. 건축물대장에는 4층 전체가 401호로 등재돼 있었다. 그러나 전 소유권자는 임의로 2개 호실로 분리해 401호와 402호로 나눠 쓰고 있었다.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 상에는 402호가 존재하지 않았다.
4층 전체 소유주는 402호를 점유하고 있는 법인의 대표였다. 이 소유주는 401호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며, 402호에 대해선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법인과 자연인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법인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아니었다.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현장을 찾아가 임차인들의 임차보증금과 월세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봤다.
경매가 진행되면 채무자들은 임대차 금액을 부풀려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고가낙찰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입찰 전 현장조사는 필수사항이다.
임대차계약 금액은 매각 물건명세서와 동일했다. 임차인 모두에게 재계약하겠다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날 법원에 달려갔다. 교육생은 조심스럽게 "집사람이 최저 금액으로 응찰하라던데요. 그렇게 응찰해도 되겠습니까?"라며 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교육생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경매응찰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물건은 무조건 낙찰받아야 하는 좋은 물건입니다. 근소한 차이로 떨어지고 땅을 치며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낙찰받을 만한 금액으로 써야합니다"고 설명했다. 이 물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낙찰 받기를 적극 권했다. 이 정도 수익이라면 적어도 5명 이상은 입찰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낙찰을 받았다. 단독 입찰이었다. 최저 입찰가격보다 무려 8000만 원을 더 올려 썼다. 앞이 깜깜해지는 무혈입성이었다.
차라리 내 물건이라면 앞으로 생길 수익을 생각하면서 웃고 넘어가겠지만 교육생의 생애 첫 입찰에서 벤츠 한 대가 눈앞에서 사라진 그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낙찰자의 원망스런 눈초리를 뒤로 하고 명도라도 제대로 처리해 줄 생각으로 임차인들을 찾아갔다. 나는 "오늘 낙찰받았습니다. 임대차 계약연장은 잔금납부일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고 통지했다.
402호 거주자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는 "저희는 배당요구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선순위임차인 입니다. 보증금 6000만원 물어주셔야 하는 거 알고 입찰하신거죠?"
그는 2003년 6월3일 날짜로 전입신고 돼있는 '등록사항 등의 현황서'를 내밀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이 물건의 말소기준 권리(2003년 11월21일)보다 앞선 날짜였다.
8000만원 올려 써서 낙찰 받은 것도 억울한데 선순위임차인의 임대보증금 6000만원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일단 일보 후퇴하기로 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관계서류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후다닥 컴퓨터를 켰다. 꼼꼼히 확인해보니 확정일자까지 받아 우선변제권을 득했으며 배당종기일 이후에 배당요구를 한 임차인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전입일이 2003년 11월21일로 나왔다. 대항력은 전입일 다음날 0시부터 생긴다. 이 때문에 402호 거주자가 2003년 11월21일 전입했다면 11월22일 0시부터 대항력 효력시점인 것이다.
이 물건의 말소기준권리 근저당권이 2003년 11월21일이므로 말소기준권리가 빨랐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2003년 11월21일부터 점유했다고 기재돼 있었고 결정적인 것은 등기부등본상 401호로 돼 있는 4층을 임의로 401호와 402호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 점이었다. 402호 임차인은 임대차신고를 '402호'로 세무서에 했기 때문에 '특수주소변경'으로 상가 임대차보호를 받을 수 없다. 난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특수주소변경은?
공동주택의 경우 동·호수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수주소변경이 이뤄지면 원칙적으로 그 변경일이 주민등록일이 된다.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동·호수를 잘못 주민등록한 경우 특수주소변경이 이뤄진 시점부터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버드나무' 강윤식(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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