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은 났지만…한참 멀어진 '삼성과 CJ'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4조원대의 삼성가(家) 주식인도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세상의 큰 관심을 받았던 초대형 상속 소송도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여파로 삼성과 CJ의 사이가 많이 틀어져 형제간 다툼이 기업간 갈등으로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씨를 비롯한 형제들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이 도과했다"며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제척기간이란 일정한 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을 뜻하는데 이맹희 씨가 주식인도를 받기 위한 법률상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또 "나머지 주식들은 상속재산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1년여에 걸친 삼성가 형제들의 상속 싸움이 이날 일단락됐지만 양측의 골은 깊어졌다. 삼성과 CJ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양사의 관계가 크게 틀어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꾸준히 터졌다.
예컨대 CJ는 지난해 2월 삼성물산 직원들이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업무 방해가 아닌 단순 미행으로 결론 짓고 삼성물산 직원들에게 벌금 1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이후 삼성은 물류업체를 CJ GLS에서 다른 회사로 바꿨으며 CJ는 보안업체들 삼성 계열인 에스원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바꿨다.
지난해 11월19일 열린 고 이병철 회장 추모식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어머니인 손복남 여사가 고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쪽의 골이 상당히 깊어졌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CJ측은 삼성측이 한옥 사용을 막아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한옥에서 추모식이 열리는 것도 아닌데 CJ측이 한옥 사용 여부로 왈가왈부 하는 것은 괜한 트집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삼성과 CJ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양사의 기업활동이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삼성에 비해 규모가 작은 CJ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사의 동남아 물류를 담당해왔던 CJ GLS와 지난해 9월 베트남지역 물류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CJ GLS는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가 형제들의 다툼이 삼성과 CJ의 기업간의 갈등으로 번져 양사가 기업활동은 물론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판결이 나온만큼 법원에서 권고한 것처럼 양측이 앞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