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시장'보다 '될 시장'을 뚫는 맞춤 금융으로
[금융지주사 도입 10년] '글로벌 금융그룹' 어떻게 달성하나
국내시장서 확실한 경쟁력 갖춘 후 해외 진출해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은행들의 지주사 전환은 국내 금융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고, 자산 건전성도 강화됐다. 계열사간 유기적 업무분할을 통해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총자산은 1841조원(연결기준)으로 2001년 말의 총자산 156조원에 비해 10배 이상 성장했다.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01년 말 4%대에서 지난해 3분기 13%대로 높아졌다. 주식 가치도 상승했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우리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지주사 전환 이전 주당 1만원에 못 미쳤다. 그러나 지금은 주당 4만원을 넘나들며 4배 이상 올랐다.
세계 금융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높아졌다. 영국 금융전문지인 '더 뱅커(The Banker)'가 선정한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KDB금융지주는 71위(2012년 기준)다. 이어 KB금융지주(세계 72위), 우리금융지주(세계 74위), 신한금융지주(세계 79위), HN농협은행(세계 98위) 등의 순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향후의 성장 기반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 환경을 감안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의 모멘텀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글로벌화'는 금융지주사들의 생존 조건이 됐다.
KDB금융은 해외 M&A(인수ㆍ합병)을 글로벌 전략의 축으로 삼고 있다. close 증권정보 KOSDAQ 현재가 전일대비 0 등락률 0.00% 거래량 전일가 2026.05.15 15:30 기준 은 2015년까지 '아시아 톱10, 글로벌 톱50'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은 물론 카드ㆍ생명 등 비은행 분야의 강화에 나서 5% 안팎인 해외수익 비중을 1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KB금융 KB금융 close 증권정보 105560 KOSPI 현재가 156,000 전일대비 4,000 등락률 +2.63% 거래량 1,283,678 전일가 152,0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李 "약탈금융"…신한카드·하나은행 '상록수' 채권매각(종합) 중동발 부실 위험 커지는데…주주환원 확대 경쟁 나선 은행권 KB금융, 'KB스타터스 웰컴데이' 개최…"스타트업 동반성장 혁신생태계 가동" 지주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우선적으로 공략한 뒤 장기적으로 미국, 유럽 등에도 터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close 증권정보 086790 KOSPI 현재가 126,500 전일대비 4,200 등락률 +3.43% 거래량 1,178,631 전일가 122,3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李 "약탈금융"…신한카드·하나은행 '상록수' 채권매각(종합) 하나손보, 유병자 가입문턱 낮춘 '하나더넥스트 간편 치매간병보험' 출시 하나은행-하나카드, 무신사와 '하나 나라사랑카드' 프로모션 는 2015년까지 해외 부문 자산과 순익 비중을 각각 10%, 15%까지 늘려 '글로벌 톱 5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적인 해외진출 전략엔 물론 문제점도 있다. 특히 과도하게 '경쟁적'인 해외진출이나 '보여주기식' 해외진출은 문제점을 노출시킨다. 특히 보여주기식 글로벌화는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문화적 측면의 이질성, 규제 및 감독체계의 차이 등을 극복하기 힘들다.
실제 1997년 190개에 이르렀던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수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8년 말 127개로 급감했다. 또 신용카드 부실사태를 겪은 2002년 말에는 96개로 줄어들었다. 섣부른 해외 진출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진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사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지역에 선별적으로 진출해왔다"며 "국내에서 축적된 경험과 역량 등을 현지에서 구현하겠다는 접근방식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글로벌 금융그룹 달성을 위한 선결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더라도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맞춰주지 못하면 결국 기업고객은 이탈한다"며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는 것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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