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됐던 한 해였다. 그러나 뮤지컬 시장은 올해 더 큰 가능성을 봤다. 전체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한편 뮤지컬 전용극장 개관 등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은 시장을 주도한 수입작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 고전을 맛봤다.
뮤지컬 업계에서 추산하는 올해 시장 규모는 2500억원에서 3000억원 사이다. 인터넷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는 올해 뮤지컬 시장 규모를 2500억원으로 추산했다. 현장판매나 단체판매 등을 제외한 보수적 수치로 전년 2000억원 대비 25%가 증가했다. 인터파크의 추산치에 포함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3000억원도 가능하다는 것이 뮤지컬 업계의 시각이다. 2001년 무렵 고작해야 30만명 수준이었던 관객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뮤지컬을 본 관객 수는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이제는 확고히 정착한 셈이다.
이밖에도 '엘리자벳', '시카고', '맨오브라만차' 등이 눈에 띄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 '엘리자벳'은 한류스타 김준수의 출연으로 주목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김준수가 등장하는 회차는 일본에서 온 팬들까지 몰려 매 회 전석 매진되기도 했다. 김준수는 회당 3000만원 출연료에 유료객석점유율의 90%를 넘을 경우 초과수입을 챙기는 러닝개런티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흥행은 연말 대목을 맞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꾸준한 흥행작인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최근 내한공연이 시작돼 내년 1월까지 티켓이 전부 팔려나간 상황이다. '레미제라블', '황태자 루돌프', '아이다'등의 대형작들도 꾸준히 높은 티켓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 공연장의 개관은 시장 확장을 이끈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형작을 안정적으로 장기 공연할 수 있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디큐브아트센터와 블루스퀘어가 뮤지컬 전문 공연장으로 문을 열면서 주요 흥행작들의 무대가 됐다. 특히 1760석짜리 대형 공연장을 갖춘 블루스퀘어는 '엘리자벳', '위키드', '캐치미이프유캔' 등 주요 국내 초연작들을 올렸다. 디큐브아트센터는 '맘마미아', '시카고'등을 공연하며 국내 공연시장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창작뮤지컬 업계에서는 정부의 뮤지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안정적 공연장 확보와 대관비용 절감 등의 영역에서 정부가 전용공연장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수작 육성지원 규모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뮤지컬 지원액은 30억원으로 총 10편에 운영비를 포함해 최대 5억원까지 지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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