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포커스리더學]칼로 정복한 근초고왕, 통치할 땐 책을 펼쳤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포커스리더學]칼로 정복한 근초고왕, 통치할 땐 책을 펼쳤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역사속 리더십 키워드 21-약소국 백제, 전성기를 열다

요서-일본 연결하는 환서대백제 완성
29년 통치기간 율령정비 군대양성 등
日에 천자문, 논어 등 전파 '한류 원조'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광개토대왕보다 60여년 앞서 중국의 요서지방을 지배한 정복군주가 백제에 있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 신라 진흥왕과 함께 삼국시대 3대 정복군주로 꼽히는 백제의 근초고왕이다.

삼국사기는 이렇게 전한다. "근초고왕은 비류왕의 둘째아들이다. 그는 체격이 크고 용모가 기이했으며 원대한 식견이 있었다."

근초고왕은 요서-한반도-일본 열도를 잇는 거대한 고리, 환서대백제를 이루고 역사서 편찬, 수도 확장, 해상무역 발전 등을 통해 700년 백제사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한(韓) 땅을 일통하겠다는 그의 강력한 비전과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 다양한 종족의 문화 및 인재를 아우르고 흡수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근초고왕은 346년에 즉위해 375년까지 29년간 왕위에 있었다. 즉위 후 그는 가장 강력한 호족세력인 진씨 가문에서 왕비를 맞이해 지지세력을 확대했고 먼저 내치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근초고왕 즉위 초반 백제는 아직까지 고대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남부 마한의 부족들을 통합하지 못한데다, 왕 자신이 임명한 좌평마저 권력을 마구 흔들어댈 정도로 왕권이 약했다. 위로는 고구려, 남으로는 마한, 동으로는 신라, 동남에는 가야가 위치했던 시기다.

왕위에 오른 이듬해인 347년 하늘과 땅의 신께 제사를 지낸 근초고왕은 이후 20년 이상을 율령 정비, 군대 양성 등 체제 정비와 국방력 강화, 내치 안정에 주력한다. 삼국사기 등에 즉위후 20여년간 행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까닭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침착하게 분열돼있는 백제의 힘을 하나로 모으며 때를 기다렸다. 준비되지 않은 전쟁은 시작하지도 않는 인내의 리더십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근초고왕은 강력한 비전을 가진 리더였다. 정복군주로 이름을 남기기까지에는 일통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그는 때를 기다리며 체제를 정비하고 군사력을 쌓았다. 이후 고구려와 싸우기에 앞서서는 먼저 배후의 또 다른 적을 단속할 정도로 철저했다. 그는 366년과 368년 신라에 사신을 보내 화해전략을 사용하며 고구려와 손을 잡지 못하도록 했다.

369년 고구려 고국원왕이 보병과 기병 2만명을 거느리고 치양(雉壤: 황해도 배천군) 지역으로 진격해오자, 근초고왕은 근구수태자로 하여금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우게 했다. 당시 인구, 국토, 병력규모 등에서 백제는 고구려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근초고왕은 고구려군이 방심한 틈을 타 기습공격을 시도 했고, 대동강에서 이들을 격파한다. 이때 근초고왕의 탁월한 지휘능력과 첩자의 활약이 어김없이 발휘된다. 근초고왕은 염탐꾼을 활용해 고구려군의 군사기밀을 얻어냈다. 또한 백제군은 왕의 지휘하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고구려 정예군인 적색깃발군부터 집중 공격했다. 이들이 무너지자 오합지졸이었던 나머지 고구려군은 저절로 무너졌다.

이후 371년 다시 고구려가 공격해오자 근초고왕은 예성강변에 군사를 숨기는 매복작전을 펼쳤다. 근초고왕은 그해 겨울이 되자 정예병사 3만명을 이끌고 고구려 평양성을 공격하는 반격에 나선다. 이 전투에서 근초고왕은 고구려 고국원왕을 전사시켰다. 고국원왕을 남평양성에서 척살한 후 그가 남긴 "나를 알아주는 이는 벗이요, 나를 단련하게 하는 이는 적"이라는 독백은 정복왕으로 꼽히는 근초고왕의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는 평가다. 근초고왕은 지금의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그리고 황해도 일부까지 영역을 넓히며 한반도의 패권을 손에 쥐었다.

근초고왕은 영토 확장에만 주력하던 고대 군주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았다.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하며 백제의 전성기를 꽃피웠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복왕의 면모를 과시했던 근초고왕은 한편으로는 학문과 문명을 전파하며 한류를 불러일으키고 문명으로서 타 국가들을 지배하려 했다.

그는 박사 고흥으로 하여금 백제사를 정리한 서기(書記)를 편찬토록 했다. 또한 371년에는 수도를 한산으로 옮겨 거대한 수도권을 만들게 했고, 372년에는 진(晉)나라와 사신 왕래를 했다. 그는 해상무역에도 힘을 쏟아 바닷길을 바탕으로 한 한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일본서기(日本書記) 신공기에 백제가 일본에 하사했다고 기록된 칠지도는 4세기 초반 근초고왕이 전한 것으로 남겨진다. 근초고왕은 일본 식자층에 처음으로 천자문과 논어를 전했던 이로도 알려져 있다.

근초고왕은 다양한 계파와 종족의 문화, 인재를 아우르는 능력도 발휘했다. 그는 고구려와 백제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였던 대방고토에 살던 중국인들의 문화를 흡수해 백제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중국 교역의 통로로 활용하는 고도의 정치술을 발휘했다. 또한 중국의 혼란을 틈타 요서를 경략하고, 중국, 일본을 아우르는 국제적인 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백제의 국력을 당대 최강으로 신장시켰다.
(도움말: 현대경제연구원)



조슬기나 기자 seul@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