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는 지난달 경제민주화 정책 발표시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하겠다"면서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에 대해서만 시행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금융ㆍ보험회사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완화했던 금산분리 관련 규제의 고삐를 다시 조여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행 9%인 산업자본의 은행과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한도는 박 당선인 임기 내 4%로 낮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금융 계열사 의결권 지분한도 축소는 단계적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은 충격 완화를 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의결권 한도를 15%에서 10%로 설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향후 5년간 1%포인트씩 추가로 낮춰 5%까지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삼성그룹 등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경영권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총수나 다른 계열사가 그만큼의 돈을 더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삼성생명(6.24% 특별계정 제외), 삼성화재(1.09%) 등 금융계열사가 7.33%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호텔신라 지분도 삼성생명(7.16%), 삼성증권(3.0%), 삼성카드(1.31%) 등 금융 계열사가 11.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와함께 박 당선인의 금산분리 공약 중 하나인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대기업의 증권·보험·카드 계열사가 자산 규모나 시장지배력이 일정 조건을 넘으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비금융계열사와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금산분리는 산업과 금융이 서로 융합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지배구조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면서 "IT회사나 유통업의 금융 진출 등이 어려워져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금융업의 힘이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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