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스포럼]'슈퍼우먼'은 없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2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의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용아 맥킨지 한국사무소 디렉터는 눈부신 커리어를 쌓아 온 장본인이다. 1996년 맥킨지에 입사해 한국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부사장급인 파트너로 승진했고, 올해 6월에는 국내에 5명뿐인 디렉터로 올라섰다. 디렉터는 맥킨지에서 컨설턴트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역시 한국 여성 최초의 기록이다. 그러나 김 디렉터는 동시에 아내이고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김 디렉터는 이 날 강연에서 '1인 3역'을 성공적으로 해 낸 비법을 풀어놨다.
김 디렉터는 먼저 여성 인력이 처한 어려움을 데이터와 수치로 제시했다. 높은 여성평등을 성취했다고 알려져 있는 유럽에서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유럽에서도 최고경영진은 물론 조직 내 모든 직급에서 여성 비중이 낮다. 특히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여성 CEO는 단 2%에 불과하고, CEO가 될 수 있는 확률 역시 남성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여성의 부재는 더 심각하다. 경영위원회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은 2%,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참여비율은 1%다. 싱가포르만 해도 경영위원회 여성 비율이 15% 수준이다.
김 디렉터는 "여성 경제활동 참여자 중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 사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고용현황이 뚝 떨어지는 'L커브'가 관찰된다. 신입 전문직의 여성 비율은 40%에서 시작하는데 과장이나 차장, 부장급인 중간관리자급은 6%에 불과하다. 유리천장이 중간관리직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 경제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보육 지원책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변화의 시작은 여성 자신이다. 김 디렉터는 우선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여성 인재들은 확고한 직업의식과 투지, 끈기가 있다. 한계를 스스로 규정짓는다면 꿈이 아니다." 김 디렉터는 "대학교에서 멘토링을 하다 보니 한 여자 후배가 자연스럽게 조장이나 리더를 맡을 수 있는 여대에 갈 걸 그랬다고 후회하더라"며 "조장이나 리더를 남자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관계맺기 과정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이다. "여성들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걸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남성들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문하더라"는 것이다.
또한 일하는 여성들이 경력과 가정을 성공적으로 양립하려면 "모든 것을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인 '슈퍼우먼 컴플렉스'를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디렉터 역시 출산 후 가정과 경력 양쪽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매 순간 둘 다 잘 할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은 직후 1년간은 출장이 많은 외국 프로젝트 대산 국내 프로젝트에 매진했다. 주위의 멘토들에게도 충분히 동의를 구했다. 아이에게는 '엄마의 삶'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해줬다. "지금은 오히려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고 가끔 신문에도 실리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한다. 난 네 엄마인 동시에 사회의 중요한 인재라는 부분을 인식시키고 얘기를 나눴다."
김 디렉터는 "긍정적으로 사고하자"는 격려를 건넸다. "아이를 낳으니 주변에서 승진이 늦어질거라고 말했고 나 역시 걱정했다. 그러나 출산 후 우선순위에 따라 좀 더 효과적으로 일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고, 아이와 얘기하다보니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득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은 현실을 보더라도 장점부터 바라보자."
마지막으로 김 디렉터는 "여성으로서 자신감을 가져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로서 자신감을 갖고 남이 나를 좋아해주기보다 존중받고 존경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며, 여성 리더로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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