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이다 게바라 방한..서울대에서 강연 "체는 건설적인 비평가"
알레이다 게바라는 쿠바국제우호협회(icap)와 한쿠바교류협회의 교류를 위해 지난달 30일 방한했다. 때마침 알레이다 게바라가 속해있는 연구센터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체 게바라 : 뉴맨'도 한국에서 개봉을 한 참이었다. 알레이다 게바라는 한국 방문의 첫 행사로 서울대를 방문해 '나의 아버지 체 게바라'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14시간의 시차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서도 그는 우리가 '체'에 대해 몰랐던 소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쿠바'의 비전에 관한 큰 그림까지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평소 체는 와인에 물을 타먹는 습관이 있었다. 5살의 알레이다는 변장한 아버지가 와인을 마시려고 하자 "우리 아빠는 와인에 물을 섞어 먹는다"며 거기다 물을 부어주었다고 한다. 그날 저녁 알레이다가 놀다가 넘어져 목 뒤를 심하게 다치자 '체'가 그를 정성껏 치료하고 돌봐줬다. 치료가 끝나자 알레이다는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나봐"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날 밤의 기억은 평생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그 이후에는 아버지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 아버지는 사랑을 할 줄 아시는 분이었다."
"쿠바 국민은 체 게바라를 굉장히 존중한다. 왜냐하면 '체'는 일어나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굉장한 비평가인 동시에 건설적인 비평가였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비평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해답도 동시에 제기했다. 특히 쿠바 젊은이들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대화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쿠바 청소년들이 가장 중요한 인물 1위로 손꼽는 이유다."
체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는 질문에는 체가 '음치, 박치'였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오기도 했다. 유일하게 체가 출수 있는 춤이 '탱고'였는데 어떤 음악이 '탱고'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춤추는 자리에서는 탱고가 나오면 그의 친구가 팔꿈치로 '체'를 찔러서 신호를 줬다. 어느 날은 한 아름다운 여성이 체와 그의 친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친구가 '저 여인을 보라'고 체의 팔꿈치를 쳤는데 체는 그것을 '탱고' 신호로 받아들여 무대로 나가 탱고를 쳤다. 그러나 그 때 나온 음악은 '맘보'였다는 게 체의 '굴욕담'이다.
알레이다도 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소아과 의사일뿐만 아니라 인권활동가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알레이다는 말한다. "쿠바에서 의료 서비스는 완전히 무료이고, 의사는 국민을 위한 봉사직이다. 아버지는 항상 '의사는 딱 한명, 국민만을 주인으로 모신다'고 늘 말씀하셨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매우 큰 마을에서 자라났는데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다 보답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의사로서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술, 속옷 등 각종 상품에 사용되는 현상에 대해서 알레이다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그 같은 상업화를 차단할 것"이라 단호하게 말했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붙여져있는 상품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한 안과에서 체의 사진을 홍보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많은 매체에서 아버지의 사진만 이용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콘텐츠는 망각하고 있다. 그래서 쿠바 아바나에 체게바라 연구소를 설립해, 이런 행위를 자제하고 법적인 대응을 하려고 한다."
"이탈리아에 갔을 때는 몇 명의 젊은이들이 체의 티셔츠를 가지고 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그러나 그들은 '파시즘'을 추구하는 이들이어서 거절했다. 또 한편 포르투갈에서는 14살의 소년이 체의 얼굴이 박혀있는 깃발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체 게바라처럼 나 역시 승리를 이룰 때까지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체의 사진이 많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처럼 득과 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상업적으로, 무자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막으려 한다."
쿠바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쿠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게 가지고 있지만 서로 공유한다면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 얼마 전 쿠바에서 태풍이 강타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복구활동에 나서 전력을 복구하고, 식품생산을 재개했다. 이러한 것은 사회주의라는 체제가 국민에게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주의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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