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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나로호, 넓고 거친 우주와 소통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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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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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앞바다. 푸른 바다를 씻은 상쾌한 바람이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나로호를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28일 오후 3시30분부터 취재기자들에게 공개된 발사대의 나로호는 나로우주센터 앞바다를 배경으로 조용히 서 있었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렀다.
발사통제동으로 들어서기 전, 정문 경비원으로부터 철저한 검색을 받았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테러예방과 보안 검색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는 문구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탑승한 취재인원과 인솔하는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를 확인한 뒤 드디어 통제동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발사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훅!'하고 강한 바람이 머리에 얹혔다. 셌다. 초속 8m 정도 된다고 한다. 내일은 이 보다 잔잔한 바람이 예보되고 있다. 나로호가 서 있는 앞 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망망대해에는 '바닷가 오막살이 집 한 채'도 '고기잡이 하는 아비'도 보이지 않았다. 해경 경비함만이 곳곳에 배치돼 보안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었다.

이제 딱 하루 남았다.
발사 순간을 기다리며 지난 27일부터 곧추 서 있는 나로호의 모습은 웅장했다. 강한 바람과 함께 귀를 강하게 자극하는 '웅~웅~'하는 소리가 유독 심하게 들려왔다. 나로호가 서 있는 왼쪽으로 온도 조절용 공기 주입기구가 내는 소리였다. 나로호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계속 온도를 조절한다.

나로호 곁에는 키 큰 '친구 세 명'도 함께 서 있다. 1,2차 발사 때도 어김없이 나로호가 우주로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주인공들. 70m에 이르는 피뢰침을 탑재한 구조물이다. 삼각형 구조로 나로호를 중심으로 마치 보호하듯이 둘러싸고 있다.

나로호가 서 있는 발사대의 통제는 더욱 엄격하다. 발사대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신분증을 내보이며 "발사대 출입허가증이 따로 있는데 이 허가증이 있는 사람만 발사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로호 앞에는 바다가, 뒤편으로는 봉래산이 버티고 있다. 봉래산 정상에서 나로호가 비상하는 모습을 보면 장관일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봉래산 정상에서 나로호가 우주로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육과학기술부 노경원 전략기술개발관은 "지금 나로우주센터 주변에는 1000여 명의 관계자들이 보안 검색에 나서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교과부, 해경, 경찰 등 15개 기관이 참여한 '발사안전지원협회회' 소속 1000여 명이다. 이들은 나로호가 발사되기 전까지 나로우주센터를 둘러싸고 촘촘하게 경계근무에 나선다. 감시 카메라 100여개도 나로우주센터 곳곳에 배치돼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일에 대비하고 있다.

우주홍황(宇宙洪荒). 우주는 넓고 거칠다.

2002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개발은 10년 동안 이어져 왔다. 두 번의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정말 우주는 '넓고 거칠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도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주기술(ST) 분야이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나로호는 이제 우주와 소통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발사대에 홀로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나로호를 뒤로 하고 버스는 점점 멀어졌다. 작아지는 나로호를 다시 보며 29일 오후 4시 성공적으로 본 궤도에 올라 우주와 소통에 나서는 나로호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나로우주센터(고흥)=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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