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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야구 새싹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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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야구 새싹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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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우와! 박찬호다.”

초등학교 야구선수들에게 박찬호는 스타 이상이었다. 그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호투를 거듭한 투수. 선수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을 거쳐 올해 한국프로야구에서 23경기를 뛰었다. 야구공을 손에 쥔지 어느덧 30년. 막 걸음마를 뗀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멘토는 찾을 수 없다.
박찬호는 여느 해처럼 아이들 앞에 섰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5회 박찬호 장학금 수여식이다. ‘전통’대로 수상학생들은 1개씩의 질문을 던졌다. 박찬호는 선수생활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의 고민을 잠시 접어뒀다.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가며 물음 하나하나에 친절하게 답했다. 그 사이 박찬호가 이룬 영광의 숨은 노력들은 속속 드러났다. ‘코리안특급’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박찬호와 학생들이 오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여봤다.

다음은 박찬호와 장학금 수상학생들의 일문일답

학생 언제부터 튜빙을 사용했나요.
박찬호(이하 박) 한양대 1학년 때부터 사용했어. 아기기저귀 고무줄을 30개 정도를 묶어 나무에 매단 뒤 앞 뒤 옆으로 모두 당겼지. 어깨 뒤 근육이 발달할수록 앞으로 던지는 힘이 좋아져. 다양한 각도로 연습을 한다면 근육을 단련하는데 좋은 효과를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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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야구를 하는 게 가끔 힘들어요.

왜 힘들까?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즐겁게 할 수 있어. 컴퓨터게임을 하며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을 거 아냐. 억지로 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따라오게 돼 있어. ‘더 튀어야지’, ‘더 칭찬받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면 힘들지 않을 거야. 한계에 도전해봐. 정해진 훈련만 소화하지 말고 더 해봐. 남들이 10개를 할 때 11개를 해. 그렇게 한계를 극복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신만의 계획이나 꿈이 잡힐 거야.

학생 개인훈련은 얼마나 해요.

공주중동초등학교 시절에는 개인훈련을 하지 못했어. 학교에서 시키는 운동량이 많고 팀이 잘해서 할 생각을 하지 못했나봐. 개인훈련에 눈을 뜬 건 공주중학교 때부터야. ‘더 성공할 수 있다’,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등의 조언들이 이해가 되고 마음속에 새겨졌지. 집 앞 100m정도가 경사진 오르막길이었어. 그 길을 걷지 않고 토끼뜀으로 갔어. 오리걸음도 했고. 그냥 걸어가면 시간이 아까울 것 같더라고. 의미도 없어질 것 같았고. 무엇보다 하체를 단련하고 싶었어. 투수를 시작한 이후부턴 더욱더 그랬지. 그래서 필요하다 생각되면 다시 내려가 토끼뜀을 반복했어. 일상생활이 개인훈련과 운동으로 반복됐던 것 같아. 훈련도 많이 해야겠지만 똑똑하기도 해야 돼. 내가 무슨 운동을 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돼. 프로야구 경기를 볼 때도 저 선배가 무엇을 잘하는지, 주위 친구들과 무엇이 다른지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 학업을 절대 게을리 하면 안 된다.

학생 프로시절 어려움이 있다면.

아마추어 때나 프로 때나 운동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건 항상 똑같은 것 같아. 게임에 나가서 졌을 때 오는 정신적 고통도 마찬가지고. 나 같은 경우에는 미국에서 프로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힘들었어. 미국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고.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뚜렷한 목표의식 덕이야. 꿈을 잃지 않아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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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해요.

안 되는 것에 집중할 때 생기는 것이 슬럼프야. 힘들 때도 웃는다면 이걸 극복할 수 있어.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아. 형도 30년을 야구를 하면서 셀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어. 용기를 잃지 마. 원래 슬럼프란 없어. 다만 지금 조금 안 될 뿐이야. 더 잘하기 위해 이걸 겪는다고 생각해. 그럼 지금 어떻게 할 것이냐. 계속 웃어. 원래 극복할 건 없어. 모든 것이 발전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야.

학생 감독, 코치에게 혼난 적 있나요.

너는 혼나본 적 있어? (네.) 그럼 어떻게 해? 울어? 웃어? 누구나 모두 실수하고 혼나. 사랑하는 부모님에게도 혼나잖아. 그럴 때 내가 왜 꾸중을 듣는지 생각해봐. 정 모르겠으면 때리는 코치한테 물어봐. 맞는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저는 안 맞아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때리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고. 물론 아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그러면 안 돼. 나도 많이 맞았던 것 같아. 그래도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 여러분은 좋은 환경에서 야구하는 거야.

학생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요.

상체 힘을 잘 쓰려면 하체 힘을 길러야 해. 토끼뜀 등으로 하체 근육을 단련해봐. 턱걸이 등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당기는 운동은 빠른 공을 던지는 데 효과적이야. 밸런스도 중요해. 근육질 아저씨들이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아? 아마 네가 던지는 공이 더 빠를 거야. 왜? 근력의 밸런스가 야구에 맞춰졌기 때문이지. 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턱걸이를 10~20개씩 했어. 6학년 때부턴 30개 이상을 소화했고. 팔굽혀펴기도 매일 100개 이상 했어. 형, 누나한테 힘자랑을 하고 싶어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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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처음 포지션도 투수였나요.

4학년 땐 정해진 위치가 없었어. 5학년 때 처음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3루수에 1번 타자였어. 실력이 괜찮아서 타자, 투수 부문에서 모두 상을 탔지. 본격적으로 투수가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야. 마운드에 서지 않을 땐 2루를 봤고. 공주고등학교 때는 외야수를 병행했어.

학생 고등학교 때 최고 구속이 얼마였어요.

시속 147km였어. (우와.) 왜 이렇게 놀라? 공을 빠르게 던져서 투수를 한 거잖아. 한양대학교 때는 시속 150km 이상을 던졌어. 여러분 모두 대학교 때까지 꾸준히 스피드를 올려야 돼. 나는 대학교 때 고무줄을 많이 댕겼어. 밤마다 했던 것 같아. 밤 11시만 되면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자고 있을 것 같아, 늘 개인훈련을 했지. 남들이 안 할 때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공동묘지를 가본 적도 있어. 처음에는 근처도 가지 못했지. 두 번째도 실패했고. 그렇게 망설이다 ‘내가 저것만 해내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찾아갔어. 수건과 배트를 들고. 배트는 꼭 가지고 가야 해. 도깨비가 나오면 싸워야 하니까. (웃음) 땀을 흘리면서 근처까지 갔는데 결국 도망쳐 나왔어. 가는 시간은 긴데 집에 오는 시간은 얼마 안 걸리더라. 이후에도 도전을 계속됐어. 그런데 네 번째는 조금 더 쉬워지고, 다섯 번째는 더 쉬워지더라. 그 덕에 배짱과 담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개발해야 해.

학생 내야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던져서? (네) 수비수들이 막 에러를 범하는데도? (청중 웃음.) 그래도 만들고 싶어? 농담이고. 낮게 던지면 땅볼이 많이 나와. 높으면 뜬공이 많이 나오고. 투수야? (아니요. 포수) 투수한테 낮게 던지라고 하면 되겠네. 포수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좋은 것 같아.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것 말이야. 투수와 포수는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해. 경기 전에 ‘투 스트라이크 이후 뭘 던지고 싶니’. ‘오늘 직구가 좋아? 변화구가 좋아?’, ‘미트를 조금 낮게 대줄까?’ 등의 의견을 나눠봐. 서로를 알아야 사인도 잘 맞아떨어지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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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야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주위에 야구팀이 있었어. 아저씨 10명으로 구성된 사회인야구 팀이었는데 학교 야구부와 자주 경기를 가졌어. 아저씨들은 아이들을 이기고 싶어 했는데 매번 졌어. 상대가 되지 않았지. 아저씨들은 야구팀에 가끔 고기를 사가지고 왔는데 어떤 때는 큰 솥에 라면을 끊여줬어. 그게 너무 먹고 싶었어. 야구부에 들어오면 준다고 해서 잠깐 들어갔다 나갔는데 아저씨들이 육상부에만 있지 말고 야구를 해보라고 해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하게 됐어. 운이 좋았던 것 같아. 라면을 먹지 못했다면 야구를 할 수 없었을 거야.

학생 위기 상황에서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모두가 알고 싶을 거야. 상대가 찬스를 잡으면 위기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마. 이번에 실수하면 끝난다는 생각은 나 자신을 두렵고 불안하게 만들어. 게임, 져도 돼. 결승전? So what? 하지만 늘 정확하게 던지려고 노력해야 해. 매 순간에 집중해야 하고. 타자는 공을 치는데, 수비수는 공을 잡는데 그렇게 해야 돼. ‘오늘 지면 어떡하지’, ‘홈런 맞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되면 야구는 재미가 없어지게 돼. ‘나한테 공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나한테 와라’, ‘오늘의 주역은 내가 되겠다’라고 생각하면 보다 수월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어. 그럴 땐 동료들의 어깨도 두들겨주고 미안하다고 해. 나중에는 내가 만회하겠다면서. 이런 자신감은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거야. 그런 팀은 나중에 강해지게 돼 있어. 경기를 내줄 수도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많은 경기를 이기는 것이고 내가 좋은 선수로 거듭나는 것이야.

학생 어떻게 하면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힐 수 있나요.

그건 KIA의 이용규한테 물어봐야지. KIA 구단 홈페이지를 보면 이메일 주소가 나올 거야. 집에 가서 편지를 써봐. 이용규 선수한테. ‘다람쥐 같은 이용규 선수님. 나는 누구입니다’라고 적고 어떻게 하면 끈질기게 버틸 수 있는 지 진심으로 물어봐. 꼭 해야 돼! 약속! 분명 이용규가 답장을 보내줄 거야. 만일 보내주지 않는다면 7년 뒤 프로에 가서 이용규를 상대할 때 계속 공을 몸 쪽으로 붙여버려. 아마 집중력인 것 같은데 이용규가 매우 잘 알 거야. 그 친구는 알아? (네. 조그만 선수) 그치. 키 작고 이상하게 생긴 애. 앞으로 안 치고 뒤고 치기도 하고. (청중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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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롤 모델이 누구였나요.

어렸을 땐 빙그레 선수들을 좋아했어. 선동열, 박철순처럼 빠른 볼을 던지며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들도 좋아했지. 분명한 꿈을 갖게 해준 건 고교 시절 접한 놀란 라이언과 샌디 쿠펙스였어. 그들을 미국에 가서 직접 만났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 너희들도 박찬호를 직접 만나보니 좋니? 떨린다고? 조금만 더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용기를 내 라이언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했어. 그 아저씨가 흔쾌히 오케이라고 답해 그날 저녁 궁금한 걸 많이 물어봤지. 두렵고 부끄러운 건 누구나 있을 수 있어. 그걸 극복하는 사람만이 강해질 수 있단다. 똑똑해지고. 기회도 잡을 수 있고.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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