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연비검증 결과도 처음 공개됐다. 그동안 '기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해 왔다. 현대ㆍ기아차의 연비과장 표시 사실이 미국에서 드러난 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제도개선 방안과 함께 내놨다. 현행 국내 공인연비 제도는 허점투성이다. 자동차 제작사의 자체 측정 자료를 인정하는데, 당국이 사후 검증을 해도 대상 차종은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지난해 출시된 748종의 국내외 차량 가운데 25종만 사후 검증을 받았다.
제작사에 편향된 제도가 간접 원인을 제공해 미국에서 문제가 불거진 뒤 개선한다면서도 늑장이다. 연말까지 의견을 들은 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일정인데 무슨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나.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뻥인 줄 알면서 구매하란 말인가. 연비를 부풀린 데 대한 과태료 500만원도 차값에 비해 너무 적다. 처벌을 강화해 소비자기만 행위를 막아야 한다. '공인(公認)'이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제작사와 공공기관, 소비자단체가 함께 측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참에 연비 관련 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 바꿔야 한다. 어설프게 봐주는 것이 해당 산업을 보호ㆍ육성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안전ㆍ환경보호 등 관련 기준을 국내에서부터 엄격히 지키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스스로 강한 체질로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돕는 일이다. 자동차회사들로선 과장 표시 연비를 스스로 바로잡는 게 도리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