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나온 국정과제 1순위...가장 후퇴=박 후보는 지난 7월 10일 대선출마선언을 하면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의 첫 머리에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과 '경제민주화전도사'로 알려진 김종인 위원장이 가세하면서 야당보다 강하다는 정책들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이한구 원내대표 등 온건파와 김 위원장의 강성파가 대립, 갈등해 왔을때도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의 사실상 손을 들어주며 좌향좌를 예고했다.
◆금산분리 강화 대주주 적격성심사=이날 박 후보의 공약에 따라 내년은 박-문-안 세 후보 가운데 누가 정권을 잡던 금산분리는 강화되고 신규 순환출자는 전면 금지된다.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은 국고로 환수되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도 과세가 강화된다.
또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에 대한 보유한도가 9%에서 4%로 환원된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도록 했으나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고 이에 대한 의결권 제한도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문 후보는 기존은 3년내 해소, 안 후보는 자율시정평가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 재벌, 금융계 부담은 커져=
재계와 금융계의 반발은 불가피해보인다. 재계는 그간 금융사보유 계열사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전세계 유래가 없다고 반발해왔다. 의결권을 제한하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에 대해서도 반대했지만 결국 채택됐다.
반면 야권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문재인 후보측 박광온 대변인은 "예상대로 경제민주화를 이용할 대로 이용하고 버렸다"면서 "총선 당시에는 구호로 국민을 현혹했지만 정작 대선 공약에서는 핵심이 되는 재벌개혁이라든지, 경제민주화과 관련된 정책을 모두 뺐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이 걱정한대로 로비의 결과인지 주변에 있는 재벌 장학생들의 압력 때문인지 국민들에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경제민주화 포기선언’이라고 정의를 내리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모독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는 '재벌일가의 경영권 보호'를 천명하고 재벌독재와 맞설 경제민주화의 수단마저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편,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박 후보의 공약 발표 자리에 배석하지 않아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빚어졌다. 공약 설명은 진영 정책위의장과 경제 참모인 안종범 의원이 맡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박 후보와의 결별 가능성에 대해 "결별이 그리 간단하겠나"라고 말했지만 '정치적 결별'은 이날 불참을 계기로 기정사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박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제안한 방안들을 거의 다 수용했고 재벌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해 일부 위헌 소지가 있는 방안만 배제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에 경제민주화 의지 후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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