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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먹는 것도 서러운데" … 싱글이 더 불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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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의 미래②] 불안한 현실 … "좁고, 작고, 우울하다"
"혼자 밥먹는 것도 서러운데" … 싱글이 더 불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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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박충훈 기자] # "여기서 평생 살고 싶은 사람이 있겠어?" 서울 구로동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김관수(52)씨. 인근 고깃집에서 숯불을 피우고 불판을 갈며 생계를 이어가는 그는 고시원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다. 말못할 집안 사정과 거듭된 사업 실패로 혼자가 됐다. 새벽까지 일하기 때문에 낮엔 고시원 방에서 잠만 잔다. "그나마 골목 안이라 조용해서 좋아." 밖으로 난 창문 하나 없는 그의 방 한쪽에는 메모리폼 베개 하나와 담요 한 장이 반듯하게 개어져 있었다. TV 한 대와 작은 냉장고, 침대 밑에 놓인 걸레가 1.5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잡은 세간 전부다. "깨끗하지? 이렇게 안하면 (건강이) 망가져. 내 집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돼."

# 결혼이 늦어져 아직 혼자인 여성 사업가 류미영(40·여) 씨. 다들 그녀를 보고 '성공한 사업가다', '씩씩한 여장부 같다'고 치켜세우지만 그녀의 가슴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횡하기만 하다. 많이 지쳐 있고 누구보다 외롭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인정하면서도 행여 밖으로 드러날까 꽁꽁 감추기에 급급했다. 종교에 기대볼까 싶어 가까운 교회에도 나가봤지만 이곳에서조차 '가정'이 중심이었고, 싱글이 있을 곳은 없었다. 무기력과 외로움, 우울증에 불면증까지 찾아와 일년 전부터는 사업도 잠시 접은 상태다. "내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 하나 없는데…"라는 탄식은 급기야 '자살'이라는 단어까지 떠올릴 지경에 이르렀다. 위험한 순간, 류씨는 다행히 정신과 상담을 거쳐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혼자 사는 '솔로'라 하면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솔로만 돼도 다행이다. 가족과 떨어져 자취하는 대학생부터 불가피하게 결혼이 늦어진 30대, 자녀의 유학으로 홀로 남겨진 '기러기아빠'나 이혼으로 다시 혼자가 된 중년, 그리고 덩그러니 남겨진 쓸쓸한 노년의 모습까지 차라리 둘이었으면 덜 초라했을지 모를 우리시대의 1인가구다.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1인가구의 상당수가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남성의 경우 20~30대가, 여성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벌이가 줄어 60대 이후에는 급격히 소득이 감소하고 동시에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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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시급한 현안이 '살 곳'이다. 오피스텔, 도심형 생활주택 등 1인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시원과 원룸 등을 전전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기거하기에 불편할 뿐더러 그다지 안전하지도 않다. 여성일 경우 각종 강력 범죄의 타깃이 될 우려도 높다. 방과 방이 맞붙은 작은 집들만 늘어섰을 뿐 입주자들이 이용할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계속 제기되는 불만이다.

'제대로 된 집에서 살아보자'며 전세금 대출을 떠올려 보지만 막상 은행 문턱에서 1인가구,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자는 설움을 톡톡히 느낄 수 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5% 내외의 금리로 최대 6년까지 적용받을 수 있지만 여기에는 결혼할 예정이거나 단독가구인 경우 3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혼일 경우 통상 10%에 가까운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도 외롭다. 단순히 함께 숟가락을 놓고 한 식탁에 마주앉을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혼자 사니까 모든 게 두 배로 든다." 김경진(36·여·회사원)씨의 고백이다. 일주일에 한 번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언제든 편리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조리식이 많이 나와 있어도 이따금 직접 요리해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는 법. 하지만 뭐든지 묶음으로 사야 더 싼 법이라 일부러 소포장·소용량 상품을 사다 보면 눈대중으로라도 가격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마트에서 파는 두 마리치킨은 1만2900원인데 한 마리짜리는 8900원이고, 쌀 10㎏ 한 포대가 3만원인데 1㎏ 소포장은 4000원으로 30% 이상 비싸다"며 "어차피 다 못먹을 것 조금 사는게 맞겠지만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비싸게 먹기까지 하니 억울하고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아주 사소한 것조차 홀로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은 덤이다. 서울 북아현동의 한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서보라(29·여)씨는 쓰레기 버리는 일로 부녀회장과 크게 다투기까지 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에만 쓰레기를 내놓으라는데 만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터라 도무지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요." 세탁소에 옷가지를 맡기고 찾아오는 일도, 택배로 주문한 물건을 받아줄 사람이 없는 것도 서씨가 꼽는 불편한 싱글 생활의 한 단면이다.

1인가구는 각별히 '정신건강'에도 신경써야 한다. 옆에서 간섭하고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TV나 인터넷에 집착하고 술이나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잦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육체적 질병 뿐 아니라 정신적·심리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 고립감, 우울, 절망 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이겨낼 재간이 없다.

유은정 좋은의원 원장(신경정신과 전문의)은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롭다 보니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행동들에 몰입하게 되고, 그 결과 쇼핑이나 게임, 인터넷, 드라마, 운동 중독 등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유 원장은 "특히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분노조절 능력이나 갈등해결 방법 등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문제를 일으키기 쉽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고립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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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1인가구의 미래①] "결혼 안하니?" 묻지 않는 시대 왔다>



조인경 기자 ikjo@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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