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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마디에, 즉시 연금 4조 몰렸다

최종수정 2012.11.06 13:08 기사입력 2012.11.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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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마디에, 즉시 연금 4조 몰렸다

저금리에 역마진 가능성 높아
금감원, 지도-모니터링 강화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내년부터는 비과세 혜택이 없어져요. 지금 가입하셔야 합니다."

공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퇴직한 박기성 씨(가명ㆍ56)는 최근 A은행 지점을 방문했다가 상담 직원으로부터 즉시연금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특히 올해 안에 가입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박 씨는 채권과 펀드 등에 넣어 두었던 퇴직금 3억원을 모아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시중은행들의 즉시연금 판매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월 판매실적이 전월에 비해 최대 4배나 늘어난 은행이 있다. 연말까지 한시적인 세제혜택을 강조하면서 절판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시중은행 7곳의 즉시연금 판매 실적은 4조1431억원으로 집계됐다.
즉시연금의 80%가 은행에서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보험사 등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적으로 즉시연금 판매는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일시납 즉시연금 수입보험료(2조3789억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특히 즉시연금 판매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1월부터 7월까지의 7개 은행의 즉시연금 판매 총액은 월 평균 2900억원 수준. 하지만 8월 판매 총액은 9000억원을 넘어서며 이전 월 평균의 3~4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9월 판매 합계도 7000억원에 육박했다.

이처럼 즉시연금 판매 실적이 늘어난 것은 은행들의 절판 마케팅이 1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회사들이 "내년부턴 세제혜택이 없어지니 지금 들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들과 달리 은행들은 상품을 팔기만 하면 운용에 대한 부담 없이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은행에서 보험사의 즉시연금 상품을 판매하며 챙기는 수수료는 평균 2.8~3% 수준이다.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하고 원금과 이자를 매달 연금으로 받거나(종신형), 이자만 받고 원금은 일정기간 지난 후 돌려받는(상속형) 보험 상품이다.

종신형의 경우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중도해지 할 수 없고 2년 이내 해지하면 원금마저 일부 손해를 볼 수 있어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즉시연금보험 절판마케팅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내린 바 있다.

즉시 연금이 이렇게 잘 팔리자 정작 난감해진 곳은 생명보험사들이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생보사에 맡기면 생보사가 길게는 수십 년 간 2%대의 최저 보증 이율 이상의 돈을 매달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금리 하향추세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사 입장에선 역마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교보ㆍ미래에셋ㆍ흥국ㆍIBK연금보험ㆍ알리안츠 등 일부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은행, 증권사 등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채널을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즉시연금에 자금이 몰리면서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은행이나 보험사에 대한 지도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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