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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병 때문에 버려졌던 강아지, 새 주인 만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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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함께살기⑤-끝] 동물과 행복하기, 그 대안을 찾아서…

▲ 지난달 17일 양근원 씨와 아들 재형 군이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 유기견 출신 '아토'를 품에 안고 첫인사를 나누고 있다.

▲ 지난달 17일 양근원 씨와 아들 재형 군이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 유기견 출신 '아토'를 품에 안고 첫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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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장인서 기자] #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로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뚝뚝 떨어지던 10월의 어느 날, 과천 서울대공원 입구에 자리한 '반려동물 입양센터'에 7살 양재형 군이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들어섰다.
유기견 '아토'가 새 주인의 품에 안긴 날이다. 첫 만남에 쑥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아토와 달리 재형 군의 얼굴엔 반가움과 함께 살아 있는 생명과 마주한 경외감마저 묻어난다.

태어난 지 넉달 된 '아토'는 짧은 다리에 윤기 흐르는 털이 멋진 닥스훈트 수컷 강아지다. 지난 8월 서울 등촌동에서 구조될 당시 온 몸을 덮고 있던 곰팡이성 피부염이 말끔히 낫자 귀티 나는 외모가 드러나면서 이곳에서 인기가 꽤나 높았다.

아토를 데려가기 위해 함께 온 재형 군의 아버지 양근원(39) 씨는 "서울에 살 때는 이웃들 눈치 때문에 선뜻 동물을 키우지 못했는데 이번에 마당이 있는 교외로 이사를 가면서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며 "동물과 어울리는 게 아이 정서에도 좋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새 주인과 새 보금자리를 찾은 아토는 두 달 이상 유기견으로 살아왔던 아픈 기억을 하나 둘 지워가고 있다. 보름여가 지난 이달 초 양씨는 "아토가 처음엔 배변훈련이 안돼 있어 가족들이 힘들어 했지만 워낙 아이와 사이가 좋아 잘 지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 왔다.

▲ 서울 퇴계로 '구호동물 입양센터'에서 한 시민이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을 살펴보고 있다.

▲ 서울 퇴계로 '구호동물 입양센터'에서 한 시민이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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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 부자처럼 버려진 유기동물을 분양받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올 7월 시민단체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서울 퇴계로에 마련한 '구호동물 입양센터'에서만 100여마리, 지난달 15일 서울대공원에 문을 연 반려동물 입양센터를 통해서는 16마리가 새 주인을 만나 새 삶을 살고 있다.

이들 입양센터 두 곳 모두 버림받은 유기동물을 다른 사람에게 분양해 다시 안정적으로 살게 해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장기적으로는 손쉽게 반려동물을 샀다가 다시 쉽게 내다버리는 잘못된 반려문화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일부 동물병원과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혹은 동물보호단체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유기된 개나 고양이가 분양돼 왔지만 공식적으로 '입양'만을 전담하는 시설은 따로 없었다.

서울 남산동물병원 주성일 원장은 "구청의 위탁을 받아 의무공고 기간이 끝난 유기동물을 분양하는데, 건강 상태나 특성 등에 대해 전문가인 수의사가 검진하고 설명해 주다 보니 신뢰가 쌓여 꾸준히 입양이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동물을 분양받는 이들이 진정한 반려인으로서 준비가 됐는지, 분양 후 지속적으로 보호· 관리해 주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 시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동물원에 들어선 입양센터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자세한 건강 검진과 치료까지 마친 유기동물을 직접 만나보고 입양을 결정할 수 있다. 분양비용은 받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중성화수술 시행 등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약속들이 따라 붙는다.

이들은 분양을 신청한 사람이 동물을 키울 준비가 돼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토를 분양받은 재혁 군 역시 분양신청서를 낸 후 일주일을 기다렸다 최종 입양자로 선택됐다.

서울대공원 김혜연 조련사는 "비록 서류 두 장에 불과하지만 강아지를 책임지고 맡을 수 있는 가족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며 "동물을 처음 기르는 희망자의 경우 아무래도 심사가 더 까다롭게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효진 국장은 "입양문화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며 센터를 세웠지만 여전히 충동적으로 입양을 결정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며 "가족과 충분히 상의가 됐는지,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등 여러 사항을 심사해 입양 대상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신영창 조련사는 "유기견이 버림받을 데는 그만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불쌍하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분들도 있다"며 "별도의 분양비가 없다는 것도 유기견을 찾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피부병 때문에 버려졌던 강아지, 새 주인 만나던 날 원본보기 아이콘

동물 입양센터가 버림받은 동물들을 다른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이라면,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반려동물등록제'는 무책임하게 동물을 버리는 행위 자체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인구 10만명 이상의 시·군·구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경우 반드시 애완동물 등록증을 제출해야 한다. 또 동물에게 식별장치(마이크로칩)나 인식표를 부착한 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기록해야 한다. 규제대상과 방법을 놓고서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일단은 잃어버린 동물을 찾을 확률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지난 3년간 동물보호등록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유기동물 신고건수가 20~30% 줄었고 잃어버렸다가 다시 원래 주인에게 반환되는 사례도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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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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