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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외교원칙 실종된 NLL대화록 공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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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 국회의원의 뜬금없는 폭로로 촉발된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국내 정치세력의 정쟁 수준을 넘어 한국 외교역량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여당이 주장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대화록을 공개해 확인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정상간 대화록은 몇년간 공개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외교원칙은 안중에도 없다. NLL이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는지, 해묵은 남북간 NLL문제를 풀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같은 생산적인 논의는 무시된다.
여당 원내대표는 "100쪽이 넘는다더라"며 뭇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급기야 국회 정보위원장이라는 여당 의원은 "열람하되 공개하지 않겠다"는 모호한 말을 남기며 공개를 거부하는 기관을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몰래 엿보는 취미를 가진 건지 궁금해진다.

그간의 상황을 정리하면, 1급 비밀로 분류돼 해당문서가 있는지조차 기록이 남지 않는 대화록을 봤다는 사람만 여러명이다.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화록 논란은 이제 공개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많은 의문을 남긴다. 대화록을 볼 권한이 있어 자신은 이미 봤다고 스스로 밝힌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만 대화록을 봤다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처음 의혹을 제기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는 직접 대화록을 봤다고 한 적은 없지만 청와대 안에 고위공무원과 정무직이 100명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간의 대화록이 이들 공직자 사이에서 암암리에 회자됐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건 무리한 추측일까.
대화록 논란은 이제 한국의 외교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정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언제든 국가수반의 대화록을 까발리는 나라, 굳이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바로 직전 대통령의 대화록을 돌려보는 나라에 누가 후한 점수를 줄까.

앞으로 외국정상이 한국의 대통령을 만나면 맨 먼저 이런 얘기를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우리의 대화도 공개되는가."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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