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감을 보고 있노라면 서당의 '회초리'가 떠오른다. 국회의원들이 삥 둘러앉아 재계 대표를 한 가운데 세워놓고 매를 든다. 날서린 비판과 매운 매타작이 이어지지만 정작 회초리를 드는 이는 없다. 특히 해묵은 수치와 허술한 자료를 들이밀며 밀어붙이기식 질타에 나설 때는 '기업 때리기'라는 역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보인다.
지난 5일 출석한 하림그룹 김홍국 대표는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타세례를 받았다. 상표 문구를 거짓으로 적은 것은 문제지만 이것이 국감장에서 다룰만한 '현안'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무조건 정치권이 기업을 죄인으로만 몰아가는 '보여주기식 국감'은 결국 실적과 무관하게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는 '국감장은 사지 (死地)'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불응한 유통 대기업 총수들의 청문회가 이달 6일 예정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왜 기업 총수들이 국감자리를 죽기보다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나가봤자 추궁만 당할 것이 뻔하다"라는 식의 인식이 누구 때문에 만연하게 퍼져있게 됐는지 국회 스스로 돌아보며 무조건 '매'가 아니라 발전가능성 있는 '회초리'를 들 수 있어야할 때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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