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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건 올리는 국감, 죽어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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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단원 김홍도의 '서당'을 보면 한 아이가 눈물을 훔치며 훈장에게 회초리를 맞는다. 삥 아이들을 둘러앉혀놓고 공개 매타작을 한 훈장의 참뜻에는 교우들이 함께 교훈을 공유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종아리 걷어라"라고 하기 전에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타이르고 앞으로 개선해야할 점까지 짚어주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최근 국감을 보고 있노라면 서당의 '회초리'가 떠오른다. 국회의원들이 삥 둘러앉아 재계 대표를 한 가운데 세워놓고 매를 든다. 날서린 비판과 매운 매타작이 이어지지만 정작 회초리를 드는 이는 없다. 특히 해묵은 수치와 허술한 자료를 들이밀며 밀어붙이기식 질타에 나설 때는 '기업 때리기'라는 역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보인다.
지난 5일 출석한 하림그룹 김홍국 대표는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타세례를 받았다. 상표 문구를 거짓으로 적은 것은 문제지만 이것이 국감장에서 다룰만한 '현안'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프랜차이즈업계의 특정 인테리어 지정 문제와 관련한 국감자료도 부실했던 자료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30대 가맹본부 중 26곳이 인테리어 시공업체를 특별히 지정하고 있다고 표시돼있다. 그러나 시점은 2년 전인 2010년 자료.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상황과 맞지 않다"며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했다. 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혼란만 가중됐다.

이런 식으로 무조건 정치권이 기업을 죄인으로만 몰아가는 '보여주기식 국감'은 결국 실적과 무관하게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는 '국감장은 사지 (死地)'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불응한 유통 대기업 총수들의 청문회가 이달 6일 예정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왜 기업 총수들이 국감자리를 죽기보다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나가봤자 추궁만 당할 것이 뻔하다"라는 식의 인식이 누구 때문에 만연하게 퍼져있게 됐는지 국회 스스로 돌아보며 무조건 '매'가 아니라 발전가능성 있는 '회초리'를 들 수 있어야할 때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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