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만 아이디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아이디어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사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아이디어 말고는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이론'에서 "자신은 그 어떤 지적인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믿는 실무가들도 대개는 이미 죽은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라고 설명했다.
리더는 신문사로 치면 데스크다. 데스크는 한정된 지면에 모든 뉴스를 담을 순 없다. 뉴스를 선별해 키울 뉴스는 과감하게 키우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이런 측면에서 어떤 리더인가.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아이디어 속에서 선후와 경중을 가른 뒤 무언가 핵심을 정해 집중적으로 밀고 있나.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세 후보는 리더의 역할을 미루거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 7월10일 출마연설에서 경제민주화를 일자리ㆍ복지와 함께 3대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8월20일에는 "경제민주화 마스터플랜을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관련 법안을 논의했고, 경제민주화를 놓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설전을 벌였지만, 박 후보는 그동안 아무 매듭도 짓지 않았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편집방향'이 무엇인지 독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안 후보는 7월에 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중하위 소득계층도 형편에 맞게 복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8일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에서는 영세사업자의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이과세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간이과세자 확대는 세원 투명성을 저해하는 데다 근로소득자와의 과세 형평도 맞지 않는다.
세 후보가 조만간 각각 앞의 현안에서 가닥을 잡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 글은 쓸데없는 참견이 될 것이다. 그래도 좋다. 이제 대선까지 40여일 동안에는 세 후보가 '편집자'로서 논조를 뚜렷하게 드러내기 바란다.
백우진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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