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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달이다]수의사 대신 선택한 '돼지고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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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도드람푸드 생산부장...17년간 공장근무 '현장통', "한국대표기업으로 키울것"

▲이경선 도드람푸드 생산부장

▲이경선 도드람푸드 생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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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자기 몸보다 큰 돼지 1800마리의 뼈와 살을 완벽하게 발라내는 여자. 도드람푸드 생산공장을 책임지는 이경선 생산부장(40세)이다. 이 부장은 정갈한 커트머리에 안경, 하얀 피부와 가운을 차려 입은 깔끔한 첫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차분하고 단아한 그의 모습을 보자 돼지를 골발하는 현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을 관리하는 그의 모습이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다만 당찬 목소리에서 백여 명의 공장직원을 통솔하는 '현장형 관리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8시 20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도드람푸드 생산공장에서는 이경선 생산부장의 아침 조회가 시작된다. 그는 현장만큼이나 사람을 중요시한다. 이 부장은 "직접 칼을 갖고 돼지 한 마리 한 마리를 골발하기 때문에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다른 직원들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 그를 포함한 공장직원 전체가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
1996년 충북대학교 수의예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은 수의사가 되는 편한 길을 포기하고 도드람푸드에 입사했다. 그는 "임상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당시 돼지고기가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크게 성장하는 돼지고기 시장에 흥미를 느껴 이곳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선 도드람푸드 생산부장

▲이경선 도드람푸드 생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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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한지 3개월이 됐을 때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 두려했다. 그때 상사가 잘 해보자며 다시 그를 붙잡았다. 이 부장은 "'그래, 1년 이상은 일을 해야 나중에 어디를 가더라도 이력에 남길 수 있지'라고 생각한 것이 벌써 17년이 됐다"며 "마흔살이 되면 그만둬야지 했는데 벌써 마흔이고, 쉰까지만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도 했는데 주변에서 공장장 해야지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넉살 좋게 얘기했다.

이 부장은 입사 초 기억에 남는 일로 돼지 꽁무니를 보고서 암퇘지와 거세 돼지가 몇 마리 들어왔는지 셌던 경험을 꼽았다. 요즘엔 전산화가 돼 있어 사람이 직접 손으로 확인하고 적지 않는다. 그는 "농장에서 속여서 암퇘지 10마리 넣었다 해놓고 5마리 넣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직접 농가와 만나다보니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 부장이 17년 동안 생산 공장을 지킬 수 있었던 노하우 중 하나는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시나리오를 짜고 대부분 그대로 움직인다. 그는 "오늘 인터뷰 질문 중에서도 내가 생각하던 게 나왔다"며 "연상을 하다보면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어려움 없이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문제가 발생한 후 빠른 결단으로 사건 해결이 한, 두 시간 안에 해결될 때 가장 보람차고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리더가 결정을 지체하면 칼을 들고 작업하는 생산 현장에서 몇 백 명이나 되는 인원이 우왕좌왕하다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의 목표는 도드람푸드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는 국내산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 중단을 가장 가슴 아파 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는 2000년 구제역이 처음 발생하면서 수출이 금지됐다. 그는 "유럽에 있는 공장들은 하루에 우리가 처리하는 한 달 물량을 가공하는 규모를 갖고 있는데다 그 지역을 먹여 살릴 정도로 크고 일 하는 인원도 많다"며 "도드람푸드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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