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공식 발표한 해외 M&A 규모는 올해 들어서만 총 960억달러에 이른다. 이미 지난해 870억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현금자산을 최대한 비축한 데다 엔화가치가 오른 것도 구매력을 크게 높였다.
또 8월에는 냉방·공조기기 업체 다이킨공업이 미 휴스턴의 굿맨글로벌그룹을 3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9월에는 이토추상사가 세계 최대 청과회사인 돌 푸드로부터 포장식품 및 아시아지역 청과사업을 17억달러에 매입했다. 여기에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 지분 70%를 약 201억달러에 인수하려 한다.
홍콩 HSBC은행의 프레데릭 뉴먼 아시아태평양지역 리서치공동대표는 “일본 기업들에게 인수자금 조달은 놀라울 정도로 수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미 버블붕괴의 긴 터널을 지나 온 일본 은행들은 미국·유럽 은행들에 비해 훨씬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도 일본 기업들의 해외기업 쇼핑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일본 정부도 엔고 대책으로 기업들의 해외 M&A를 적극 장려하면서 은행들의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을 통해 일본 3대 대형은행에 신용을 공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인수가 대부분 미국 기업들에 집중되는 것도 특징이다. 비록 일본이 지난 1980년대 버블경제 시절 미국 부동산에 대거 투자했으나 별다른 수익도 내지 못한 채 물러났던 적이 있지만, 당장은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연말 재정절벽 등의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지만,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보다는 회복 기미를 보이는 미국의 투자전망이 낫기 때문이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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